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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싹쓸이’ 양키스, 그들다운 리빌딩

엘스버리, 맥캔, 벨트란에 이어 다나카까지 '싹쓸이 영입'

2014-01-23 23:20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리빌드(rebuild)’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시 세우다, 개조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보통 낡은 건물을 재건축할 때 많이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삶을 개척하다.’라는, 생동감 있는 의미로 쓰일 때도 있다. 이는 프로 스포츠에서도 잘 쓰이는 단어다. 최악에 놓인 팀을 추슬러 명문으로 만드는 과정을 우리는 ‘리빌딩’이라고 한다. 보통 메이저리그에서는 팀의 구조 개선을 위하여 비싼 몸값의 선수들을 트레이드로 모두 보내고, 그 반대급부로 얻어 온 A급 유망주들을 실전에 투입한다. 이러한 A급 프로스펙트들이 점차 경험을 쌓으면 향후 몇 년간 해당 팀은 명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경제적으로도 큰 효익을 얻을 수 있다. ‘싹’이 보이는 유망주들이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비교적 저렴한 몸값으로 장기 계약을 맺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해당 선수의 잠재력이 폭발하지 않으면 ‘실패한 투자’로 귀결될 수 있지만, 거액의 돈을 들여 검증된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 투자 규모 면에서는 그다지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주로 사용했던 방식이기도 했다.

‘FA 싹쓸이’ 양키스, 그들다운 리빌딩

이러한 팀들은 마이너리그, 이른바 ‘팜(Farm)’이 탄탄해진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FA로 특정 선수가 팀을 떠나도 곧바로 그 뒤를 이을 선수가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다. 물론 이러한 방법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살펴봐야 하지만, 웬만해서는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반면 ‘통 큰 투자’로 굵직한 FA 영입을 주저하지 않는 팀은 대개 마이너리그 유망주도 드문 편이다. 이러한 팀은 즉시 전력감이 되는 선수들을 트레이드해 오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기 때문에 ‘내일의 메이저리거’가 될 법한 유망주들을 손쉽게 내어 주는 경향이 있다. 장기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팀의 ‘투자 효율성’은 대체로 낮은 편이다.

그래서 재정 상태가 좋은 메이저리그의 명문 구단도 ‘묻지 마 FA 영입’은 되도록 피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연봉 총액이 1억 8,900만 달러 이상일 경우 사치세를 내야 한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닌 이상 매년 거액의 투자를 감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에 예외인 구단이 딱 하나 있다. ‘악의 제국’으로 불리는 비싼 구단, 뉴욕 양키스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양키스는 전임 구단주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살아 있을 때만 해도 ‘구단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이루어졌던 팀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고, 필요시 1억 달러 이상의 거액을 투자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나 현장에서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어 할 스타인브레너가 구단주에 취임하면서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예전과 같은 ‘묻지 마 투자’가 줄어든 대신, 되도록 연봉 총액이 2억 달러가 넘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정도만 놓고 보면, 양키스의 ‘팀 컬러’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했다.

그러나 ‘스타인브레너 가(家)’의 화끈한 성격은 이따금 FA 시장에서 드러나곤 했다. 먼저, 2009년 FA 시장에서 1루수 마크 테세이라를 데려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당시 30세가 되지 않은 젊은 내야수에게 거액을 아끼지 않은 셈이었다. 여기에 ‘동갑내기 투수’ C.C.사바시아도 장기 계약으로 데려오면서 거액을 투자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고, ‘속구 투수’ A.J.버넷 역시 같은 시기에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의 화끈한 투자는 곧바로 성적으로 이어졌다. 그 해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남은 것은 2, 3연패로 ‘악의 제국’의 명성을 오래 이어가는 일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웬일인지 이때를 이후로 월드시리즈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물론 이후 FA 영입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난 시즌 가을잔치 진출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도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다시 한 번 더 ‘통 큰 투자’로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자코비 엘스버리, 브라이언 맥켄, 카를로스 벨트란을 FA 시장에서 데려온 데 이어 ‘포스팅 시스템’으로 일본인 투수 다나카마저 싹쓸이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이 이번 FA 시장에서 쏟아 부은 총액만 약 4억 8,800만 달러(다나카 포스팅 비용 2,000만 달러 포함)였다.

특이할 만한 점은 양키스의 FA영입이 2009년과 유사하다는 사실이다. 당시에도 양키스는 20대 후반에 접어든 선수들을 대거 잡아두면서 장기계약이라는 선물을 안겼는데, 이번에도 벨트란을 제외한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9살로 상당히 젊다. FA 시장을 통하여 ‘리빌딩’을 한다는 이야기가 허튼소리가 아닌 셈이다.

물론 양키스가 다나카와 맺은 아시아 선수 최대 규모의 계약(7년간 1억 5,500만 달러)에 대한 효율성 문제는 별개로 논의할 수 있다. 또한, 다나카에 앞서 포스팅 시스템으로 데려온 실패 사례(이가와 케이)가 있었다는 점도 그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양키스가 향후 5년 이상 써먹을 수 있는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인색하지 않았으며, 팜(Farm)을 통하여 이루지 못한 리빌딩의 꿈을 FA 시장에서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역시 양키스다운 모습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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