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끝나지 않은 충훈고 야구부의 '일방적 감독 해임' 사태

인권위 제소 후 다음 달 재판서 충훈고 패소시 '피해는 학생선수들 몫'

2014-01-22 00:25

▲충훈고는야구부창단이후'학생야구의모범'을보여왔던학교로유명했다.사진│김현희기자
▲충훈고는야구부창단이후'학생야구의모범'을보여왔던학교로유명했다.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16일, 입시 비리 혐의로 입건된 이광은 前 연세대 감독이 징역 1년 6월 구형을 받은 사건은 세삼 학생 야구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 준다. 현역 시절에는 스타 플레이어였으며, 은퇴 이후에는 프로야구 감독까지 역임했던 이가 이제는 ‘범법자’가 되어 야구팬들 앞에 나타난 셈이었다. 부와 명예를 쌓았던 프로야구의 ‘유명 인사’가 정작 학생 야구 선수들에게는 ‘닮지 말아야 할 표본’이 된 셈이다. 프로야구에 ‘유명 인사’는 많아도 ‘저명인사’가 없다는 이야기가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도 이러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학생 야구에서 이러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오히려 ‘입시 비리’나 ‘금품 수수’ 등으로 부적절한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인사가 버젓이 지도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동문’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포함하여 학부형들 모두 이러한 일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광은 전 감독만 해도 프로야구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모교인 연세대-배재고에서 사령탑으로 재직중이었던 이였다.

충훈고 감독 인선, 결국 ‘인권 문제’로 이어져

그런데 이와 비슷한 문제가 이번에는 또 다른 고교 야구부에서 일어났다. 앞선 사례가 ‘대학 야구 감독과 학부형’이라는 커넥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학교측의 일방적인 사령탑 교체가 문제였다. 지난 12월, 본지에서 단독 보도했던 안양 충훈고등학교 야구부 사례가 바로 그러했다. 당시 충훈고는 새로 부임한 예체능 부장이 일방적으로 감독을 해임하는 소동을 벌인 바 있는데, 이는 명백한 월권행위임을 지적한 바 있다. 야구 행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던 이가 갑자기 ‘자신이 야구부를 다시 만들어 보겠다.’라며 학교장 날인을 사용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부장과 학교장 L씨는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계약 만료 통지 이후 ‘체육소위원회’를 열었다. 이는 명백히 ‘앞/뒤가 바뀐’ 행위였다. 김 감독의 해임 통보는 지난 8월 21일. 해임 절차를 밟는 체육소위원회는 지난 9월 13일에 열렸다. 보통 ‘해임 결의안’이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위원회 개최 후 당사자 소명을 들은 이후 해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충훈고의 이러한 절차는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꿰맞추기에 불과했던 셈이었다. 그나마 열렸던 체육소위원회에서도 김 감독의 소명 기회는 철저히 묵살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히 A부장은 소위원회가 열리기 수 일 전 한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께서 체육소위원회 위원이시니 저를 만나 (김 감독 해임)서명을 해 주셔야겠습니다.”라고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충훈도 측에서는 “일방의 의견일 뿐이다.”라며 부인하면서도 전임 감독 해임의 이유나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결국, 충훈고는 지난 12월 31일부로 김 감독에 ‘계약 만료’를 이유로 일방적인 해임 통보를 하고 기어이 신임 감독을 선임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하여 충훈고 야구부 창단에 앞장섰던 이형진 안양시 야구협회장은 협회장 자격으로 본 문제를 이미 인권위원회에 제소한 상황이다. 그러는 한편, “다음달에 이와 관련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승소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학교 측의 섣부른 움직임이 결국 어떠한 결과를 낳겠는가.”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판결에서 학교 측이 패소할 경우 신임 감독과 맺은 계약은 무효가 되며,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학생 야구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형진 협회장은 또한 “이 사태로 인하여 야구 지도자들의 목숨이 일개 교사에게도 좌우되는 현 상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라며 스포츠부 지도자들을 교사로 인정하지 않고 계약직 직원으로만 인식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 기업에서도 ‘갑/을 관계 표현’이 사라지는 현 시점에서, 아직 학원 스포츠만큼은 여전히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학교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차 교육기관이다. 이러한 학교에서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얼마든지 관계자들을 해고하고 새로 고용할 수 있다.’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이야말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과 역행하는 셈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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