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메이저리그 경력, 국내무대 호성적 보증할까?

메이저리그 경력보다 국내무대에 녹아들어 가려는 기본자세 '중요'

2014-01-16 00:41

▲SK가영입한전직메이저리거루크스캇.그러나경력보다중요한것은국내무대적응여부다.사진│SK와이번스
▲SK가영입한전직메이저리거루크스캇.그러나경력보다중요한것은국내무대적응여부다.사진│SK와이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한때 국내 프로야구에는 메이저리그를 동경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메이저리그 경력’은 절대적인 기준이 되곤 했다. 설령 메이저리그에서 1할 대 타율을 선보였거나 신통치 않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도 그 무대에 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내에서는 큰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다. ‘메이저리거 출신’임을 내세워 그라운드에 서기만 해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불과 10여 년 전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메이저리그 경력’은 더 이상 선수 선발에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않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팀 컬러’와 ‘융화’라는 측면에 더 중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야구를 대하는 기본자세나 국내 선수들과의 경쟁우위 등을 전사적으로 살피게 됐다. 이렇게 되면 메이저리그 경험 유무는 단순 참고 자료에 불과하게 된다.

‘메이저리그 홈런타자’의 출몰이 팀 성적의 보증수표?

실제로 국내 리그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이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풀타임 메이저리거’ 출신이 드물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타자들의 경우, 외국인 선수 도입 초기에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였던 이들 외에는 거의 이름이 거론되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국내 무대에서 거포로 이름났던 선수들 중에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미미한 경우도 있었다. 오히려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녔으면서도 그 재주를 국내에서는 거의 드러내 보이지 못한 채 중도 퇴출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타자 이야기를 꺼낼 때 반드시 등장하는 선수가 바로 타이론 우즈다. ‘외국인 선수 1세대’의 선두 주자로 손꼽히는 우즈는 잘 알려진 대로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다. 그러나 그는 일본 무대 진출 전까지 국내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 중 한 명으로 손꼽혔다. 2년 이상 국내 무대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들 중 우즈 이상의 성적을 낸 이도 사실 없는 셈이다. 그와 함께 국내 무대에서 거포 외국인 선수로 알려진 펠릭스 호세는 앞선 우즈보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많았지만, 임펙트 있는 시즌을 보낸 것은 1999년과 2001년뿐이었다.

국내 최장수 외국인 타자 제이 데이비스는 말 그대로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그는 7년간 국내 무대에 머물면서 단 한 번도 세 자릿수 안타를 놓친 일이 없으며, 20-20클럽과 30-30클럽을 모두 달성하며 1999시즌 소속팀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했던 데이비스도 사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다. 같은 시기에 한화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댄 로마이어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고작 7경기에 출전했던 것이 전부였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했던 이들 중에는 사실 2년 이상 국내 무대에 머물렀던 외국인 타자들이 드물었다. 삼성에서 활약했던 훌리오 프랑코, 카를로스 바에르가 듀오가 그러했고, LG에서 회심차게 영입했던 알 마틴도 1년 계약 이후 바로 팀을 떠나야 했다. 대부분 고령의 나이로 인하여 각 구단이 재계약을 꺼렸던 케이스였다. 그나마 뉴욕 양키스에서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던 카림 가르시아가 2년 이상 활약했던 ‘거포’에 속했다. 가르시아 외에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했던 ‘거포형’ 타자들은 사실 제법 있었다. 이들 중에는 영입 당시 상당히 젊은 나이를 과시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 중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망주이기도 했던 루벤 마테오(전 LG)는 당시 전문가들이 ‘우즈 버금가는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예측을 할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스타 플레이어였던 트로이 오리어리(전 삼성)는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선수로만 여겨졌을 때였다. 그러나 둘 모두 적응에 실패하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한때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에도 등장했던 라이언 가코 역시 끝내는 실패로 돌아갔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외국인 타자의 등장이 ‘화끈한 타력’의 부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관건은 각 선수별로 얼마나 한국 야구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을 하느냐의 여부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경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져도 기본자세가 잘 갖춰진 선수가 대부분 좋은 성적을 받았다. 외국인 타자를 보는 시각도 그래서 ‘메이저리그 경력’이나 ‘거포 성향’이 아니라 ‘국내 야구를 존중하고, 이에 녹아들어 가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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