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괄목상대' 텍사스, 12년 전에는 어땠을까?

투-타 불균형으로 만년 하위권 전전... 지금은 당당한 '우승 후보'

2014-01-04 22:46

▲텍사스의암흑기때홀로선발마운드를지켰던케니로저스.사진│MLB.com영상캡쳐
▲텍사스의암흑기때홀로선발마운드를지켰던케니로저스.사진│MLB.com영상캡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구단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 텍사스 레인저스다. 시즌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야수 이안 킨슬러를 디트로이트로 보내는 조건으로 또 다른 ‘거포 내야수’인 프린스 필더를 받아들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이번에는 FA 시장에서 추신수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규모 또한 텍사스 구단 역사에 손꼽힐 만한(7년간 1억 3천만 달러) 수준이다. 그의 영입으로 텍사스는 단숨에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에 가까운 팀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추신수의 역할도 ‘1번 타자 겸 코너 외야수’가 될 가능성이 커보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2번이나 3번으로도 충분히 기용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텍사스와 ‘동양계 선수’간의 인연이다. 이미 텍사스는 12년 전 FA시장에서 박찬호를 비롯하여 일본인 투수 이라부를 데려오며 2002시즌을 맞이한 바 있다. 이후에도 텍사스는 동아시아에 스카우트를 파견하여 ‘잠재력이 큰’ 유망주들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신일고 남윤성, 부산고 안태경 등은 바로 이 시기에 태평양을 건넜던 인재들이었다. 이는 2012년 오프시즌에서 다르빗슈를 영입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응답하지 말라 2002’, 12년 전 텍사스는 ‘만년 하위권’

텍사스의 최근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강자’,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텍사스는 2010년을 시작으로 2년 연속 지구/리그 우승의 꿈을 이뤄내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그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지난 시즌 지구 2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강호다운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전통적으로 강력했던 ‘타선의 힘’이 예년처럼 발휘됐다면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도 어떻게 지각 변동이 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사실 텍사스는 창단 이후 전통적으로 ‘약팀’의 이미지가 강했던 팀이었다. 그나마 1990년대 후반에는 지구 우승을 세 번(1996, 1998, 1999시즌) 차지하며 나름대로 다크호스다운 모습을 선보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박찬호가 입단했던 2002년에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지구 우승은 늘 시애틀이나 오클랜드의 몫이었고, LA 에인절스 역시 2002년 이후 강호다운 모습을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말 그대로 당시까지만 해도 텍사스는 ‘서부지구의 들러리’였다.

그런데 이는 매우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타선에는 알렉스 로드리게즈를 필두로 이반 로드리게즈, 후안 곤잘레스, 행크 블레이락, 마크 텍세이라, 케빈 멘치 등의 활약으로 ‘리그에서 가장 파괴력 있는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었지만, 마운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선발의 힘은 나머지 팀에 비해 매우 허약했다. 그나마 FA로 영입한 박찬호는 허리 부상으로 제 힘을 쓰지 못했고, 이스마엘 발데스나 릭 헬링 등도 생각보다 임펙트 있는 투구를 했던 것도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로 제 몫을 했던 이는 노장 케니 로저스 뿐이었다. 한때 텍사스가 알렉스 로드리게즈 트레이드 이후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한 바 있지만, 제이 파월, 론 메이헤이, 브라이언 샤우즈, 카를로스 알만자, 프란시스코 코데로 등 불펜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또한, 텍사스 홈구장인 ‘레인저스 볼파크’도 전형적인 타자 친화 구장이라 굳이 A급 타자들이 모여 있지 않더라도 평균 이상의 타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특히, 속구를 바탕으로 하는 투수들은 장타를 맞을 확률도 높았기 때문에 웬만한 타구가 외야로 뜨면 담장을 넘어가기 마련이었다. 로저스 같은 ‘땅볼 유도 가능 투수’들이 텍사스에서 장수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외야 관중석 일부 공사로 인하여 이러한 경향이 조금씩 줄어든 듯한 느낌이다.

이것이 불과 10~12년 전 이야기다. 이후 그들은 투-타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썼고, 마침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도 이룩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괄목상대’라는 표현이 유독 텍사스에 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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