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위너스클럽]김태훈, 8년 간의 입스 딛고 '스타'가 되기까지

2013-12-09 10:19

뜨거웠던 2013년 국내 프로골프무대가 막을 내렸다. 올 한해 KPGA, KLPGA투어가 소화한 대회는 모두 33개. 유럽프로골프투어 대회로 열렸던 발렌타인 챔피언십과 미LPGA투어 대회로 국내에서 개최된 하나은행 챔피언십까지 더하면 올 한해 국내무대에서 개최된 프로대회는 모두 35개로 이들 대회를 통해 29명의 선수가 '위너'의 기쁨을 맛봤다.

승자를 의미하는 '위너'는 스포츠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다. 상대와의 경쟁은 물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마니아리포트는 2013년 한 해 필드를 뜨겁게 달궜던 대회별 우승자들을 좀 더 색다른 방법으로 조명해본다. 시즌 내내 선수들의 곁을 지키며 셔터를 눌러온 투어전담 사진기자들의 수많은 사진 속에서 찾아낸 그들의 '희로애락'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보성CC클래식4R,우승확정후손인사를하고있다.
▲보성CC클래식4R,우승확정후손인사를하고있다.

'훈훈'한 외모와 쌍꺼풀 없는 매력적인 눈, 훤칠한 키, 아이같은 미소, 나즈막한 목소리. 여기에 시원시원한 장타까지. '대세남' 김태훈 이야기다. 김태훈은 올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단번에 KPGA 투어 '대세남'으로 떠올랐다. 매력적인 외모로 여성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폭발적인 장타로 남성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태훈이 침체되어있는 남자 골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스타 플레이어'로 주목 받는 이유다.


6년간 1000만원 수입... 8년간 시달린 '입스'의 악몽

김태훈은 시즌 초까지만 해도 무명선수였다. 2004년 국가대표 시절 찾아온 드라이버 입스(Yips)에 무려 8년이나 시달렸다. 데뷔 첫 해였던 2007년에는 단 한 번도 컷을 통과하지 못해 빈손으로 시즌을 마쳐야 했다. 입스에서 탈출하기 위해 드라이버 샷 연습, 스윙 교정, 멘탈 트레이닝, 웨이트 트레이닝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심지어 2008년 입대하면서 개명(당시 이름 김범식)까지 했다. 전역 후 김태훈은 매년 Q스쿨에 응시했다. 부진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시드전에서 탈락한 적은 없었지만 다시 시드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심지어 2011년 말에는 Q스쿨 마저도 탈락했다.

김태훈은 2007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31개 대회에서 컷 통과에 성공한 것은 7번이 전부였다. 6년 간 벌어들인 상금도 1000만원을 겨우 넘었다.


▲해피니스광주은행오픈2R,10번홀에서퍼팅라인을살피고있다.
▲해피니스광주은행오픈2R,10번홀에서퍼팅라인을살피고있다.
▲해피니스광주은행오픈2R,아이언티샷을날리고있다.
▲해피니스광주은행오픈2R,아이언티샷을날리고있다.

김태훈이 올시즌 코리안투어에 처음 모습을 보인 건 지난 5월 해피니스 광주은행 오픈. 2013년도 Q스쿨을 통과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은 김태훈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이 대회에서 9위(14언더파 274타)에 올랐다. 2007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진입한 '톱10'이었다.

이어 열린 군산CC오픈에서는 6위(11언더파 277타)를 기록했다. 김태훈은 상반기 출전한 대회에서 잇달아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샷감을 회복했음을 보였다. 이는 기록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50%대에 머물렀던 페어웨이안착률이 두 대회에서 80%를 훌쩍 넘었다.

김태훈의 상승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7년 만에 생애 첫 승

▲보성CC클래식3R,아이언세컨드샷후볼방향을확인하고있다.
▲보성CC클래식3R,아이언세컨드샷후볼방향을확인하고있다.
▲보성CC클래식3R,페어웨이를향해걸어나가고있다.
▲보성CC클래식3R,페어웨이를향해걸어나가고있다.

하반기 첫 대회인 보성CC클래식 3라운드가 열렸던 지난 8월 3일. 김태훈은 이날 시원시원한 장타를 앞세워 2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다. 파3홀에서 원온, 파5홀에서 투온은 '기본'이었다.

경기를 마친 후 김태훈은 "늘 코리안투어 대회 우승을 꿈꿔왔다. 이제는 그 꿈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보성CC클래식4R,2번홀아이언세컨드샷을날리고있다.
▲보성CC클래식4R,2번홀아이언세컨드샷을날리고있다.
▲보성CC클래식4R,3번홀세컨드샷전바람을읽고있다.
▲보성CC클래식4R,3번홀세컨드샷전바람을읽고있다.

다음 날 대망의 최종라운드. 13번홀까지 6타를 줄인 김태훈은 2위와의 간격을 6타 차까지 벌리며 우승을 향해 질주했다. 그의 눈에는 우승을 향한 갈망이 담겨있었다.

▲보성CC클래식4R,18번홀버디퍼팅을시도하고있다.
▲보성CC클래식4R,18번홀버디퍼팅을시도하고있다.

마지막 18번홀.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후 마침내 우승을 확정지은 김태훈은 우승의 순간에도 눈물을 흘리거나 크게 환호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오른손으로 주먹을 불끈 쥘 뿐이었다.

"그동안 너무 많은 마음 고생으로 감정이 무뎌진 것 같아 눈물도 나지 않았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남긴 이 한 마디는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 지 가늠케 했다.

[위너스클럽]김태훈, 8년 간의 입스 딛고 '스타'가 되기까지
▲보성CC클래식4R,우승확정후캐디인아버지와함께기뻐하고있다.
▲보성CC클래식4R,우승확정후캐디인아버지와함께기뻐하고있다.

우승이 확정되던 순간, 김태훈의 아버지는 크게 기뻐했다. 악몽같은 시간을 보내던 아들의 모습을 늘 옆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워했고 아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였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아들은 "이제 그만 포기하자"는 아버지의 말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일어섰다.

▲보성CC클래식4R,동료선수들에게샴페인세례를받고있다.
▲보성CC클래식4R,동료선수들에게샴페인세례를받고있다.
▲보성CC클래식4R,우승확정후다양한얼굴표정.
▲보성CC클래식4R,우승확정후다양한얼굴표정.
▲보성CC클래식4R,우승확정후스코어카드를접수하고있다.
▲보성CC클래식4R,우승확정후스코어카드를접수하고있다.

특유의 아이같은 웃음은 이날 따라 유독 빛나 보였다.

▲보성CC클래식4R,우승트로피를들어올리고있다.
▲보성CC클래식4R,우승트로피를들어올리고있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맛 본 우승이었다. 게다가 이승호가 2009년 삼성베네스트오픈에서 세운 KPGA 투어 72홀 최소타와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

김태훈은 우승 후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태훈을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도 늘어났고 골프장 밖에서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심지어 어느 주니어 대회에서 만난 한 주니어 선수의 학부모는 "아들을 김태훈처럼 키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다.

▲솔라시도파인비치오픈3R,어이없는실수에미소를짓고있다.
▲솔라시도파인비치오픈3R,어이없는실수에미소를짓고있다.
▲동촌제56회KPGA선수권대회1R,이승호(27.S-OIL)와함께그린을향해걸어가고있다.
▲동촌제56회KPGA선수권대회1R,이승호(27.S-OIL)와함께그린을향해걸어가고있다.

올시즌 김태훈은 11개 대회에 출전해 10차례 컷 통과했고 우승 1회, 준우승 2회 포함 톱10에 8번 진입해 톱10피니시율 1위를 기록했다. 대상포인트 부문 3위, 상금 순위는 4위(2억5942만원). 대상 및 상금왕 타이틀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97.09야드를 기록하며 장타왕에 등극했고 페어웨이적중률은 72.66%로 투어 내 순위로는 56위지만 예년에 비해 20%가량 높아졌다. 그린적중률은 77.78%(4위), 평균퍼팅수 1.77개(20위)를 기록하는 등 고른 기량을 보였다.

기나긴 고생 끝에 값진 첫 우승을 일궈내며 KPGA 투어의 '스타 플레이어'로 떠오른 김태훈. 그의 골프 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마니아리포트 특별취재팀 | 조원범, 손석규, 박태성, 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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