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위너스클럽]'잭팟' 김세영, '조연에서 주연으로'

2013-11-27 17:10

전년도 상금랭킹 32위 불과, 2013년 '시즌 3승'거두며 상금랭킹 2위 '점프'
총상금 12억원 KLPGA투어 최대규모 한화금융 클래식 '꿀꺽'
메트라이프 KLPGA 챔피언십 우승 '메이저퀸' 등극


롯데마트여자오픈4R,김세영이우승확정후기뻐하고있다.
롯데마트여자오픈4R,김세영이우승확정후기뻐하고있다.
뜨거웠던 2013년 국내 프로골프무대가 막을 내렸다. 올 한해 KPGA, KLPGA투어가 소화한 대회는 모두 33개. 유럽프로골프투어 대회로 열렸던 발렌타인 챔피언십과 미LPGA투어 대회로 국내에서 개최된 하나은행 챔피언십까지 더하면 올 한해 국내무대에서 개최된 프로대회는 모두 35개로 이들 대회를 통해 29명의 선수가 '위너'의 기쁨을 맛봤다.

승자를 의미하는 '위너'는 스포츠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다. 상대와의 경쟁은 물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마니아리포트는 2013년 한 해 필드를 뜨겁게 달궜던 대회별 우승자들을 좀 더 색다른 방법으로 조명해본다. 시즌 내내 선수들의 곁을 지키며 셔터를 눌러온 투어전담 사진기자들의 수많은 사진 속에서 찾아낸 그들의 '희로애락'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김세영 사진은 없는데...'

선두권에뛰어오른선수사진이없을때사진기자의속은말그대로타들어간다.김세영이그랬다.
선두권에뛰어오른선수사진이없을때사진기자의속은말그대로타들어간다.김세영이그랬다.
2013 시즌 국내 개막전이었던 롯데마트 여자오픈은 김세영(20)이라는 선수 덕분(?)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던 대회였다. 물론 식은땀을 흘렸던 이유는 김세영을 눈여겨보지 않았던 잘못이 컸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김세영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세영이라는 선수를 몰랐던 건 아니다. 그러나 대회 최종일 김세영이 선두경쟁에 뛰어든 순간까지도 카메라 메모리 카드에는 김세영이 아닌 다른 선수들의 사진만 가득했다.

결국 대회 최종일, 선수들이 차가운 바람과의 사투를 벌이는 동안 '발바닥 땀나게' 필드를 뛰어다녀야 했다. 그리고 지난 해 시즌 최종전이었던 ADT캡스 챔피언십 마지막 날이 떠올랐다.

싱가폴에서 열렸던 2012년 시즌 최종전 마지막 날 김자영, 양제윤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다퉜던 선수가 바로 김세영이었다.

우승, '아! 이런 기분이구나'

▲레드카펫을따라시상식장에들어서는김세영이동료선수들에게꽃세례를받고있다.
▲레드카펫을따라시상식장에들어서는김세영이동료선수들에게꽃세례를받고있다.


시간을 되돌려 시즌 개막전이 열렸던 4월 11일. 2013년 KLPGA투어 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이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렸다. 마니아리포트도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렸던 이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

▲거센제주바람에도불구하고선수들은시즌개막전을앞두고열심히연습을하고있었다.
▲거센제주바람에도불구하고선수들은시즌개막전을앞두고열심히연습을하고있었다.


어떤 것이든 첫 시작은 항상 새롭다. 프로골프 대회도 마찬가지다. 10년 넘게 프로골프대회를 취재해왔지만 개막전에는 항상 원인모를 설레임과 기대감에 들뜬다. 이미 지난 해 12월 중국에서 KLPGA 2013년 시즌 개막전이 열렸다. 그러나 왠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13년 KLPGA투어 개막전 타이틀은 역시 2013년에 열리는, 그것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에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개막전 첫 라운드가 시작됐다. 겨우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선수들을 따라 쉼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롯데마트여자오픈1R,김자영의8번홀우드샷과김효주의6번홀강한드라이버티샷모습
▲롯데마트여자오픈1R,김자영의8번홀우드샷과김효주의6번홀강한드라이버티샷모습


상금왕 3연패에 도전하는 김하늘이 출전하지 않았지만 취재해야 할 선수들은 많았다. 지난 해 남성 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김자영과 슈퍼루키 김효주 등의 이름이 취재수첩에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롯데마트여자오픈1R,양수진이17번홀(파3)아이언티샷을날리고있다.
▲롯데마트여자오픈1R,양수진이17번홀(파3)아이언티샷을날리고있다.

대회 첫날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양수진이 72타 이븐파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고 장하나가 73타 1오버파로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쳤다. 기대를 모았던 김자영이 9오버파 81타로 무너졌지만 대회전 연습 때 오른쪽 어깨부위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허리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롯데마트여자오픈2R,장하나가16번홀버디를성공시키며캐디와함께기뻐하고있다.
▲롯데마트여자오픈2R,장하나가16번홀버디를성공시키며캐디와함께기뻐하고있다.


▲롯데마트여자오픈2R,장하나가17번홀(파3)강한아이언티샷을날리고있다.
▲롯데마트여자오픈2R,장하나가17번홀(파3)강한아이언티샷을날리고있다.


둘째날부터는 장하나가 주인공이었다. 장하나는 2라운드까지 중간합계 이븐파 144타를 기록하며 한타 차 단독선두로 뛰어오른 뒤 3라운드에서는 3타차까지 달아나며 우승을 예약하는 듯 했다.

▲롯데마트여자오픈4R,장하나가14번홀파퍼팅을놓치며아쉬워하고있다.
▲롯데마트여자오픈4R,장하나가14번홀파퍼팅을놓치며아쉬워하고있다.

▲롯데마트여자오픈4R,이정은이4번홀강한아이언샷을날리고있다.
▲롯데마트여자오픈4R,이정은이4번홀강한아이언샷을날리고있다.


그러나 대회 최종일 중반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장하나가 주춤한 사이 이정은과 김세영이 선두권을 위협했다. 이정은이 전반에만 2타를 줄인데 이어 후반 첫홀이었던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후 장하나와 이정은 그리고 장수연의 3파전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다.

▲롯데마트여자오픈4R,김세영이18번홀(파5)이글퍼팅을성공한뒤기뻐하고있다.
▲롯데마트여자오픈4R,김세영이18번홀(파5)이글퍼팅을성공한뒤기뻐하고있다.


그러나 우승컵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김세영이었다. 이들의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김세영은 17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단독 2위로 뛰어오르더니 18번 홀에서는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뒤집어버렸다.

김세영은 이날 이글 1개, 버디 3개에 보기 1개를 기록하며 4언더파 68타를 몰아쳤고 개막전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김세영이우승확정후우승트로피를들어보이고있다.
▲김세영이우승확정후우승트로피를들어보이고있다.


"우승하는 상상을 많이 했다. 눈물이 날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하다. 이번 우승이 목표인 미국진출 목표를 이루는 데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다"
- 롯데마트 여자오픈 우승 후 김세영 인터뷰 중

▲한화금융클래식4R,유소연,김세영,김지희가출발전엄지손가락을보이고있다.
▲한화금융클래식4R,유소연,김세영,김지희가출발전엄지손가락을보이고있다.


시즌 개막전 우승 후 김세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선수에 대한 평가는 우승하기 전과 우승 후가 많이 다르다. 김세영도 달라졌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처럼 이미 우승맛을 본 김세영 역시 이젠 '챔피언' 김세영이었다.

김세영이 또 한번 골프계를 놀라게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9월 5일 개막한 한화금융 클래식 2013. 총상금 12억원이 걸린 이 대회는 규모만 놓고보면 메이저 타이틀이 부럽지 않은 대회다.

▲한화금융클래식4R,김세영이17번홀홀인원후기뻐하고있다.
▲한화금융클래식4R,김세영이17번홀홀인원후기뻐하고있다.


김세영은 이 대회에서 또 한번 사고(?)를 쳤다. 대형사고였다. 김세영 이름 앞에 '잭팟'이라는 표현이 붙은 것도 이 대회에서다.

이 대회에서 김세영은 한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팬들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였던 유소연(23)에게 5타 뒤져있던 김세영은 17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가더니 또 한번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김세영은 우승상금 3억원과 홀인원 부상으로 받은 1억5천만원 상당의 벤츠 G350 그리고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1200만원 상당의 손목시계와 후원사 인센티브까지 더해 이 대회 우승으로 6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말 그대로 '잭팟'이었다.

김세영, 메이저퀸 찍고 가실게요~

▲메트라이프KLPGA챔피언십,김세영의마지막4라운드경기모습과우승트로피사진
▲메트라이프KLPGA챔피언십,김세영의마지막4라운드경기모습과우승트로피사진


개막전 우승으로 생애 첫 프로무대 우승을 경험한 뒤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제대로 '돈맛'까지 본 김세영. 이번에는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노리고 있었다.

한화금융 클래식에 이어 열린 '메이저대회' 메트라이프 제35회 KLPGA챔피언십이 그 무대. 김세영은 이 대회에서 4라운드 내내 언더파를 적어내는 물오른 샷감을 뽐내며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 메이저퀸에 등극했다. 이번에도 역시 '최종라운드 역전' 우승이었다.

올 시즌 김세영은 많은 것을 이뤄냈다. 생애 첫 우승부터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그래서일까.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떼논 당상으로 여겨졌던 상금왕은 장하나의 몫이 됐다.

그러나 김세영의 전성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한 해 반짝하고 빛을 잃을 것 같지 않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중학교 2학년 때 최연소 한국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2007년과 2009년 국가대표를 지내며 2009년 전국체전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김세영은 이제 KLPGA투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목표로 정한 미LPGA투어에 진출도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김세영의 2014 시즌에 한 가지 바람이 있다. 물론 팬들의 바람이 아닌 사적인 희망일 수도 있다. 2014 시즌에는 김세영의 역전 우승보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보고 싶다.

[마니아리포트 특별취재팀 | 조원범, 손석규, 박태성, 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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