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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골퍼는 실수를 망각한다

실수를 잊지 못하는 것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

2013-07-23 13:58

[마니아리포트 김승완]지난 주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의 캐슬스튜어트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스코티시 오픈을 기억하는가. 마지막 홀까지 미국의 필 미켈슨과 남아공의 브렌든 그레이스의 숨 막히는 설전이 경기의 재미를 한층 더했다.

사실 필 미켈슨은 같은 경기에서 연장 패를 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언론사 또한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마지막 홀까지 브랜드 그레이스를 한타 차로 리드하고 있던 필 미켈슨은 마지막 파5홀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다 잡았던 우승컵을 연장 승부로까지 미루게 되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와 같은 상황의 반복이 아닌지 우려했지만 미켈슨은 연장 첫 번째 홀에서의 과감한 플레이로 버디를 낚으며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그는 승부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실수를 극복하고 경기를 잘 풀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그 역시 기억을 잊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 기금 마련 만찬회에서 연설을 하던 중 “나는 결코 5피트 안에서의 퍼팅은 실수를 안 한다”는 말 때문에 한 청중과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고 한다. 청중은 그가 실수하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고, 잭 니클라우스는 그런 그의 말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청중의 말이 옳았다. 잭은 그 전달 시합에서 퍼팅 실수를 했었고 청중은 그것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이 이야기의 핵심은 과연 ‘잭 니클라우스가 실수를 했는가’가 아니라 ‘그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골프를 하는가’이다. 그렇다. 이미 잭의 머릿속에는 실수한 퍼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실수를 파악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며 자라왔다.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기억이란 놈에 매달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기억하고 되새기는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다. 하지만 골프에서는 실수를 잊지 못하는 능력이 기억하지 못하는 능력보다 훨씬 더 문제인 경우가 많다.

만약 라운드 중 짧은 퍼트를 실수 했다고 치자. 어떻게 행동하는가. 대부분 계속 실수한 퍼트를 생각하고 있거나 실수한 부분을 교정하고자 애쓸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런 상황은 코스에 나가 실수를 계속하는 경우와 무엇이 다른가. 이것은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문제를 더욱 만드는 꼴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매우 간단하다. 머릿속에 오직 성공했던 샷만을 간직하는 것이다. 그 상황의 몸 움직임과 느낌 등을 기억하는 것이다. 실수한 샷은 저 멀리 돌아올 수 없는 기억의 강으로 건너보내고 오직 성공 샷만을 이곳에 남기는 것이다. 망각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훌륭한 골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중 하나가 아닐까. 자! 그렇다면 당신은 샷에 대해 불평불만을 일삼는 불행한 플레이어인가? 아니면 좋은 샷에 기억을 간직한 행복한 플레이어인가?

[hiro0413@naver.com]

훌륭한 골퍼는 실수를 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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