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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골프]박인비의 쾌거

우즈의 전성기 승률 능가…그랜드슬램도 가능

2013-07-02 13:46

▲1일(한국시간)열린US여자오픈최종라운드에서1번홀티샷하는박인비.사진
▲1일(한국시간)열린US여자오픈최종라운드에서1번홀티샷하는박인비.사진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기자]박인비(24)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LPGA 사상 메이저 타이틀을 한 캘린더에서 3연속 우승한 선수는 사상 두 번째다. 1950년 LPGA가 출범한 해에 여자 골프의 파이어니어였던 베이브 자하리어스가 3연속 우승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15개 대회에 불과했고, 메이저대회는 3개였다. 조지아에서 벌어진 타이틀 홀더스 챔피언십, 콜로라도에서 열렸던 위먼스 웨스턴 오픈, 그리고 USGA(미국골프협회)가 주관한 US오픈이다.

PGA 투어에서는 벤 호건이 1953년 시즌 시작과 함께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을 3연속으로 우승한적이 있다. 이를 ‘호건 슬램’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호건은 PGA 챔피언십 우승은 거두지 못해 한 해에 그랜드슬램을 작성하지는 못했다. 통상적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이뤘다. 골프 스윙의 교과서로 통하는 호건은 마스터스 2회, US오픈 4회, 브리티시오픈 1회, PGA 챔피언십 2회 우승자다. 1953년 호건의 그랜드슬램 작성이 불발된 이유는 당시 PGA 챔피언십이 7월1일부터 7일, 브리티시오픈이 7월6일부터 10일까지 열려 물리적으로 출전이 불가능했다. PGA 챔피언십은 1958년부터 현재와 같은 스트로크 플레이였고, 1957년까지는 매치플레이였다. 대회의 비중이 떨어졌던 편이다.

박인비가 우승한 US오픈은 68회째다. 1950년 전에는 아마추어 대회로서 LPGA가 출범하기 전부터 열렸던 역사가 깊은 전통의 대회다. 전통만큼이나 미국의 자존심, 높은 상금액, 코스 어려움 등이 어우러진 명실상부한 메이저의 메이저 대회다. 3연속으로 우승한 선수가 자하리어스 외에 두 명이 또 있다. 미키 라이트와 PGA 투어 키건 브래들리의 고모인 팻 브래들리다. 하지만 라이트와 브래들리는 연도를 바꿔서 3연속 우승을 거뒀다.

이른바 골프에서 말하는 타이거 슬램이다. ‘타이거 슬램’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2000년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에 이어 2001년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을 4연속으로 차지한 것을 뜻한다. PGA 사상 한 연도에 그랜드슬램을 작성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LPGA도 자하리어스가 한 연도에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석권했지만 초창기였고 대회가 그랜드슬램이라고 할 수 없는 3개 대회다. 그랜드슬램은 야구에서는 만루홈런이 되듯이 4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하리어스는 당시 15개 대회에서 8승을 작성했다. 승률이 무려 53%에 이른다. 저변이 얇은 초창기 때문에 가능한 승수이자 승률이었다. 박인비도 앞으로 브리티시오픈과 에비앙 마스터스 두 대회 가운데 우승하면 그랜드슬램 작성이 된다. LPGA가 올해부터 메이저대회를 5개로 늘렸기 때문이다.

박인비가 이룬 3연속 메이저 우승은 미국 스포츠사에 우뚝 서는 쾌거다. LPGA에 미국인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데다가 코리안의 우승이어서 별 주목을 받지 못할 뿐이다. LPGA는 아시안들의 독주로 미국에서 인기는 보잘 것 없다. 현재 10개 대회 연속 아시안들이 메이저 타이틀을 석권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적인 관점에서는 박인비의 3연속 메이저 우승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2000년 3연속 메이저 우승과 다를 바가 없다. 실제 이날 경기를 중계한 지상파 NBC와 골프채널에서는 박인비를 타이거 우즈와 견주며 대단히 높은 평가를 했다. 패널들마다 돌아가면서 박인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인비의 US오픈 우승 후 NBC 캐스터 댄 힉스, 안니카 소렌스탐, 개리 코치는 다음달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벌어지는 브리티시오픈마저 그녀가 차지할 것이라며 밝는 전망을 내놓았다. 코치는 “박인비는 남녀 통틀어 최고의 퍼팅 실력을 갖추고 있다. 드라이브, 아이언샷, 쇼트 게임 등에서 당분간 박인비를 제칠 수 있는 선수는 없다”는 평가를 했다.

ESPN은 박인비의 2013시즌 역사적인 대기록을 2000년 타이거 우즈의 3연속 우승과 비교했다. 2000년은 우즈의 최고 전성기였고, 메이저 우승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면서 작성했다.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스코어의 우승이었다. 페블비치 US오픈에서 12언더파, 2위는 미겔 앙헬 히메네스와 어니 엘스는 3오버파였다.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열렸던 ‘디 오픈’에서는 19언더파로 2위인 토마스 비욘과 어니 엘스를 8타 차로 제쳤다. 켄터키 발할라코스에서 벌어졌던 PGA 챔피언십에서는 18언더파 동타를 3홀 연장전에서 봅 메이를 제쳤다. 해를 바꿔 2001년 마스터스에서는 16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그랜드슬램을 작성했을 때의 평균스코어가 16.25 언더파다. 경이적인 스코어다.

박인비는 올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15언더파로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우승으로 ‘파피의 연못’에 빠졌다. 2위는 유소연의 11언더파였다. 이어 LPGA 챔피언십에서 5언더파로 연장전 끝에 캐롤라인 매튜를 제쳤다. 그리고 US여자오픈마저 8언더파로 동갑내기인 김인경을 4타로 눌렀다. 이번 US여자오픈 언더파 작성자는 우승자 박인비, 김인경, 유소연등 3명 뿐이다.

2000년 우즈는 스트로크 대회는 20차례 출전해 9승을 거뒀다. 여기에 3승이 마스터스를 제외한 메이저 타이틀이다. 승률 0.450이다. 박인비는 올해 13개 대회에 출전해 6승과 함께 메이저 3승이다. 승률이 승률 0.461로 우즈의 0.450보다 높다. 우즈도 2000년 연속 우승 때 플레이오프를 거쳤다. 박인비도 LPGA 챔피언십 우승은 연장전 승부였다. 박인비는 앞으로 골프사에 없었던 한 해에 그랜드슬램 작성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우즈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여지껏 한국 스포츠 선수 가운데 박인비처럼 상대를 압도하면서 출전 때마다 우승으로 연결시킨 선수는 없다. 그녀의 우승은 LPGA의 역사를 새로 쓰는 쾌거다. 로스앤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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