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심판의 '규정 미 숙지', 어떻게 봐야 할까

KBO 심판위, 오심 논란에 규정 미 숙지 문제까지 겹쳐 '내우외환'

2013-06-24 00:41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군사학의 대가이자 ‘인천 상륙작전’의 상징이기도 한 맥아더 원수는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그만큼 군사(軍事)에서 경계작전은 적의 위협을 탐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반면, ‘작전’이라는 것은 전장에서 피/아 상황에 따라 성패가 얼마든지 결정날 수 있기 때문에 늘 ‘변수’가 존재한다. 이는 야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상대팀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조정하는 것, 이것이 곧 작전이다. 그래서 야구만큼 단위 경기숫자당 많은 작전이 나오는 종목도 상당히 드물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명제가 ‘그라운드 내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야구팬들도 마찬가지다. 발 빠른 주자가 루상에 나갔을 때, 혹은 수비에 나섰을 때, 일반적인 공격 상황에 들어섰을 때 모두 응원을 달리한다. 이에 선수들도 팬들의 응원 타이밍에 맞춰서 타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오심’은 있을 수 있어도 ‘규정 미 숙지’는 용서받지 못할 일.

그런데 야구장 안팎으로 선수와 팬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에 대한 플레이 하나하나에 판정을 내려 주는 심판들도 있다. 정확한 판정을 통하여 공정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심판들에 내려진 사명이다. 이에 많은 심판 위원들은 특정 구단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판정을 하기 위해 애를 쓴다. 간혹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살짝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있지만, 추후 ‘다시 보기’를 통하여 확인해 보면 심판의 판정이 맞는 경우가 많았다.

‘완벽함’을 기본으로 하는 국내 심판들의 판정 수준은 메이저리그를 능가할 정도다. 특히, 각종 국제대회(WBC,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서 북중미 혹은 타이완/일본 심판들이 ‘일정한 기준 없이’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자주 발견되는 모습을 보면 국내 심판들이 얼마나 잘 판정을 내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국내 야구팬들도 이해하기 힘든 ‘오심’ 장면이 많이 발견된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 차원에서 어떠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그만큼 심판들의 권위를 인정해 주고, 당일 경기에서 나온 판정이 최선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2010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투수 아만도 갈라라가의 퍼펙트게임을 오심으로 무산시킨 짐 조이스 심판도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다만, 올해는 정말 보기 드물게 심판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메이저리그 경력 16년 차의 베테랑 ‘펠딘 컬브레스’ 심판은 2경기 출장정지를 당했는데, 사실 이것도 오심 때문은 아니었다. 지난 5월 10일, 휴스턴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당시 휴스턴의 포터 감독은 7회 초부터 좌완 웨슬리 라이트를 마운드에 올렸는데, 그러자 LA의 소시아 감독이 대타로 ‘루이스 히메네즈’를 내세웠다. 메이저리그 규약에 따르면, ‘투수는 아프거나 부상이 없는 한 한 타자를 상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휴스턴의 포터 감독은 다시 우완 ‘엑터 앰브리스’로 투수를 교체했다. 당연히 소시아 감독이 항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투수 라이트가 무조건 한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데, 휴스턴에서 앰브리스로 교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시아 감독의 항의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룰 적용을 잘못한 컬브레스를 비롯하여 나머지 3명의 심판에 대해서도 벌금제재를 받았다. ‘작전’은 실패할 수 있어도 ‘경계 실패’는 용납될 수 없다는 명제가 바로 이렇게 적용된 셈이었다.

공교롭게도 국내에서도 지난 23일 경기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SK와 롯데의 경기에서 6회 말 SK 공격 때 롯데가 ‘한 타자를 온전하게 상대하지 않은’ 김수완을 내리고 정대현으로 투수를 교체했기 때문이었다. 명백한 룰 적용 위반이었다. 그러나 당시 윤상원 주심은 나머지 심판위원들과 대화한 뒤 자신의 실수만을 인정했을 뿐, 이렇다 할 후속 조치 없이 경기를 강행했다. 윤 주심이 올바른 판정을 했다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김수완을 다시 마운드에 올렸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KBO 심판위원들은 ‘오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 ‘신뢰도’가 상당 부문 떨어진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룰 적용 위반’이라는 실수까지 더했다.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시행하는 ‘판정(오심)’에 대한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심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 미 숙지’에 대해서는 용서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경계작전에 실패한 군인의 모습’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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