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운드로의 초대, '개념시구'란 무엇일까?

지역사회 일꾼에서부터 야구팬까지, '일반인들도 마운드에'

2013-06-23 22:59

▲지난23일대구경기서시구자로나선최장욱씨가족.사진│삼성라이온스
▲지난23일대구경기서시구자로나선최장욱씨가족.사진│삼성라이온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23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혈 삼성팬’이 시구자로 내정되고, ‘간판타자’ 이승엽이 시타자를 자청했다는 사실은 세삼 ‘시구’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 준다. ‘보통사람’들이 시구자로 선정되는 일이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 날 시구는 매우 특별했다. 고향 대구를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채 연고구단을 응원했다는 최장욱씨가 ‘폐암’ 투병 중에도 기꺼이 시구자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승엽은 본인의 열성팬이라는 최씨의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시타자를 자청했다는 후문이다. 최씨에게는 삶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던, 생애 최고의 경험이 되었음에 분명하다. 또한, 전 관중석을 향하여 90도 인사를 하는 최씨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을 만큼, 이 날 시구는 정말 ‘뜻 깊은 행사’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사실 ‘시구’는 자주 할 수도 있는 것도, 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 간혹 지역 출신 유명 연예인들이 시구자로 나서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 야구계에서 큰 공을 세운 원로나 커미셔너(총재), 혹은 지역 내 거주 중인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때나마 ‘연예인 홍보수단’의 일원으로 시구가 ‘남발’되었던 국내 사정을 감안해 보았을 때, 이러한 ‘개념시구’의 정착은 야구의 질적인 발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개념시구,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사례의 ‘좋은 예시’

하지만, 개념시구가 이렇게 ‘보편화한 행사’로 자리 잡은 시기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그 시작은 언제인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넥센 히어로즈가 서울로 연고를 옮기면서 지역사회 주민들을 야구장으로 초청하기 시작한 것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당시 넥센은 메인 스폰서 없이 구단을 운영하면서도 집배원, 소방관 등 지역사회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이들을 시구자로 내정하여 크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소속 선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 故 임수혁이 한창 투병중이었을 때 ‘Remember the hero’라는 타이틀을 바탕으로 임 선수의 아버지를 시구자로 내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이러한 ‘개념 시구’가 부쩍 늘어나 관심을 끈다. 이 중 한화 이글스는 지난 5월 19일 홈경기에서 지역 야구 팬을 시구자로 선정하여 호평을 끌어낸 바 있다. 마운드에 오른 이는 지난 4월 16일, 한화의 첫 승 당시 관중석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방송 화면에 포착돼 화제가 됐던 한화 팬 민효정 씨(일명 ‘한화 눈물녀’)였다. 이날 한화는 NC에 6-4 역전승을 거두며 프로야구 역대 최다 개막 13연패를 끊고 시즌 첫 승을 했는데, 김응룡 감독과 김태균이 인터뷰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팬들 역시 시즌 첫 승리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그대로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한화 프런트가 수소문 끝에 민씨를 시구자로 선정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화는 지난 1일,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2010년 서해 천안함 사건 당시 순직한 장병들의 유가족을 초청해 시구·시타 및 야구 관람 기회를 줬다. 이러한 사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이슈와 맞물려 좋은 전례로 남게 된다.

한때 ‘시구’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때에는 하이힐을 신고 마운드에 오르거나 특정인이 복수 구단의 시구자로 내정되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개념시구’가 자리 잡으며 제법 성숙한 야구 문화가 자리 잡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구’라는 행사에 야구 원로들이 대부분 배제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상당 부문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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