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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흐름 바꿔버린 오심, 후폭풍이 더 무섭다!

프로답지 못한 모습 선보일 경우 700만 관중달성 어려워져

2013-06-16 02:51

경기 흐름 바꿔버린 오심, 후폭풍이 더 무섭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야구의 세계화’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걸고 출발했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축구의 월드컵이 초창기에 그러했듯, WBC도 2006년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엉성한 대회 운영’으로 적지 않은 지탄을 받았다. 특히, 같은 지역 내에서 경쟁을 펼친 국가와 2라운드에서 다시 만나고, 2라운드에서 1, 2위를 차지한 국가가 다시 3라운드에서 준결승을 치르는 구조는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메이저리그의 양대 리그 운영방식을 무리하게 적용시킨 결과이기도 했다.

운영 방식도 문제였지만, 메이저리그 심판이 아닌 마이너리그 운영 심판들이 그라운드에 나선 것도 문제였다. 이들은 2라운드 첫 경기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의 ‘정상적인 희생플라이 타점’을 3루 주자의 아웃으로 판정하더니, 마지막 미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도 파울 폴대를 맞고 나온 타구를 홈런으로 인정하지 않고 2루타로 판정했다. 둘 모두 미국의 승리를 ‘밀어주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끝내 3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며 야구 종주국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해야 했다.

경기 결과를 바꿔버린 오심, ‘후폭풍’을 더 경계해야

결국, 2006 WBC는 ‘오심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다.’라는 사실을 증명해 준 대회이기도 했다. 이렇게 경기 승패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라면,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상식적인 이야기가 통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경기 흐름이 팽팽한 상황에서 상대팀의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라면 더 그러하다. 이렇게 ‘말도 안 될 것 같은’ 장면이 지난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일어났다.

상황은 이러했다. 5회 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용택은 3루수 김민성 쪽으로 향하는 강한 타구를 날려 보냈다.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갈 것 같았던 타구는 그대로 김민성의 글러브에 들어갔고, 김민성은 공을 잡자마자 2루수 서건창에게 송구했다. 그리고 공을 넘겨받은 서건창이 2루 베이스를 밟으면서 1루 주자 오지환이 포스 아웃 되는 것으로 이닝은 마감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2루심은 오지환의 손이 빨랐다며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 판정 하나에 4회까지 이어졌던 0의 행진은 3루 주자 이병규(등번호 7번)가 홈을 밟으면서 깨어지게 됐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생각 외로 컸다. 뒤이어 등장한 정의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나이트가 이병규(등번호 9번)에게도 쐐기 만루포를 허용하며 그대로 주저앉았기 때문이었다. 외국인 선수들간의 ‘명품 투수전’으로 전개될 수 있었던 경기는 이렇게 허무하게 LG의 일방적인 우위로 끝나고 말았다.

물론 한 순간의 오심으로 선수가 평정심을 잃은 것도 ‘프로답지 못한’ 모습일 수 있다. 특히, 베테랑일수록 그러한 판정 하나에도 굴하지 않고 깔끔하게 스스로 위기를 벗어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동점 상황, 특히 0의 행진이 이어질 경우 어느 팀이 선취점을 내어주느냐의 여부도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본 경기에서 전의를 상실한 넥센은 경기 초반 난조를 보인 리즈를 공략하지 못한 채 무득점으로 경기를 끝내야 했다.

경기 내용을 바꿔버린 2루심의 판정은 승리한 팀에게도 ‘석연치 않은 기분’을 안겨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그대로 다음날 경기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편하게 지내왔던 양 팀 선수들이 서로 눈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오심에 피해자만 여럿 생기는 셈이다.

과거 대만 프로야구는 ‘도박으로 인한 승부조작’ 파문으로 현재 4개 팀밖에 남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은 ‘프로다운’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현재에도 그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 일부 선수들이 ‘음주운전’ 등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며 야구팬들의 신용을 잃게 하더니, 여기에 ‘오심사건’까지 더했다. 700만 관중을 목표로 하는 현 시점에서 야구에 흥미를 잃는 이들이 나오게 될 경우의 수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오심사건’의 가장 큰 후폭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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