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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 패배를 지켜보는 한화팬들의 '프로다운 관람의식'

'목탁 응원'에서 '한화 눈물녀 시구'까지 다양한 이야깃거리 제공

2013-06-13 01:53

소속팀 패배를 지켜보는 한화팬들의 '프로다운 관람의식'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11일, 대전 한밭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LG가 경기 초반부터 압도적인 리드를 가져가며, 11-3의 대승을 거뒀다. 그만큼 최근 18번의 경기에서 6연속 위닝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LG의 최근 기세는 정말 무서웠다. 반면 신인 송창현을 선발 카드로 내세운 한화는 무려 10개의 사사구를 내어주며 스스로 경기에서 무너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가 승리했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일이었다.

이 경기에서 LG는 경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9회 초 공격서 대타로 나온 김용의가 쐐기를 박는 3점 홈런포를 쏘아 올린 장면인 이 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한화로서는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에서 패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경기 종료 시점까지 승리한 LG보다 더 프로다운 모습을 보인 이들이 있었다. 야구장을 찾은 대전 야구팬들이 바로 그러했다.

‘목탁 응원’에서 ‘한화 눈물녀 시구’까지

류현진도 없고, 박찬호도 없다. 선발마운드에서 제 몫을 다 하는 이는 바티스타뿐이다. 타선에서도 김태균이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그런데 한화의 홈경기 평균 관중 숫자는 늘었다. 팀 성적이 리그 최하위임을 감안해 본다면, 다소 역설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예 : 대전구장 리뉴얼 완료 등)이 있다는 사실을 뒤로하더라도 한화의 홈경기 관중 증가에 대해 수장인 김응룡 감독조차 “우리 팬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자비하신 분이다.”라며 대전의 야구팬들을 ‘부처님’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에 대전 야구팬들은 개막 후 13연패 행진을 하는 동안에도 ‘목탁’을 응원 도구로 사용하며 팀의 연패 탈출을 기원했다.

이에 한화도 홈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했다. 특히, 13연패 탈출 순간 관중석에서 눈물을 보이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팬을 수소문(일명 ‘한화 눈물녀’)하여 시구/시타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한화 구단의 모습에 많은 야구팬들이 환영의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좋은 마케팅 수단’을 고안해 내는 프런트와 끝까지 성원을 아끼지 않는 야구팬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화는 충분히 ‘복 받은 팀’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일부 야구팬들은 ‘한화는 (선수들이) 야구만 잘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다.

3-11로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이 크게 패했을 때에도 마찬가지. 당시 중계화면에는 9회 초 수비서 한화 투수 정재원이 LG 김용의에게 쐐기 쓰리런포를 허용하는 장면과 동시에 한화 야구팬들의 모습이 동시에 잡히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관중석을 지키며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이 정도면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보다 관중석에 있는 한화 팬들이 더욱 프로다웠다.’라고 이야기할 만하다.

LG에 대패한 이후 한화는 12일 경기 우천순연으로 인하여 하루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당일 경기에 선발로 예고되어 있던 김혁민을 뒤로하고 최근 페이스가 좋은 이브랜드를 선발로 예고했다. 한화로서는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을 한층 높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대전 야구팬들의 발걸음은 다시 야구장으로 향하는 법이다. 그래서 전설의 야구선수, 에릭 데이비스는 “열정적인 야구팬들이야말로 진정한 10번째 선수(the tenth man)다.”라는 견해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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