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잊혀질 뻔했던' 에이스 이재학, 백조 되어 날다!

매 경기 위력투로 '옛 대구고 에이스'다운 모습 선보여

2013-05-31 22:39

▲지난30일,김병현과의맞대결에서완승을거둔NC이재학.사진│NC다이노스
▲지난30일,김병현과의맞대결에서완승을거둔NC이재학.사진│NC다이노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2009년 여름, 부산 구덕야구장에서는 제61회 화랑대기 전국 고교야구대회가 한창이었다. 한 번이라도 프로 스카우트 팀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각 학교 3학년 학생선수들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본 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경기는 대구고등학교와 화순고등학교의 4강전이었다. 두 학교 모두 다른 참가교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 준결승까지 올랐기 때문에, 누가 결승에 진출하느냐의 여부도 큰 관심거리였다. 예상대로 양 팀은 연장까지 4-4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며 한 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결승에 진출한 팀은 이승현(LG)과 신진호(켄자스시티)를 앞세운 화순고였다. 그리고 팀의 패배를 막을 수 없었던 대구고의 에이스는 그대로 마운드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구고는 지방대회 4강이라는 성과를 품에 안은 채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준결승 패전 투수로 기록되었던 당시 대구고 투수는 그대로 대학으로 진학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반전은 있었다. 두산 베어스가 당시 신인지명회의 2라운드에서 그의 이름을 호명했기 때문이었다. 이재학(23)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렇게 ‘대구고 사이드암 투수’ 이재학은 본인 스스로도 놀랄 만한 높은 순번에 지명되며 프로 데뷔전을 치를 기회를 얻었다.

잊혀질 뻔했던 에이스, 이재학 이야기

사실 당시 두산은 1라운드 지명부터 타 구단의 허를 찌를 만한, 의외의 선택을 하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재학을 지명하기 전에는 1라운드에서 207cm의 장신 좌완 투수, 효천고 장민익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둘 모두 좋은 재원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상위 라운드에서 선택받을 만한 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었다. 한 스카우트는 “6~8번 라운드에서 지명 받을 만한 인재들로 분류했는데, 두산이 전혀 의외의 선택을 했다”며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실제로 이재학은 사이드암 투수라는 점을 제외하면, 구속이나 제구력에서 크게 합격점을 받지 못했던 재원이었다. 당시 빠른 볼 최고 구속은 140km를 넘지 않았고, 변화구 제구력은 평균을 조금 넘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 두산이 그를 선택한 것은 그의 ‘현재 모습’이 아닌, 미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본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두산 입단 직후 1군 무대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5.01을 기록하며,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을 선보인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룰5 드래프트’에서 NC가 다른 재원들을 뒤로 하고 그를 지명한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1군에서 1승을 거둔 데 불과한 ‘신인급 투수’에게 큰 기대를 거는 이도 없었다. 다만 NC 마운드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NC 마운드 필두에서 ‘퓨쳐스리그’를 점령하는 데 앞장서더니 올해에는 팀의 첫 승을 책임지는 등 ‘토종 에이스’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특히, 지난 30일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는 김병현과의 ‘신/구 핵잠수함’ 맞대결에서 완승하며 한층 자신감있는 투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잊혀질 뻔했던’ 대구고 에이스 이재학은 이제 NC의 ‘없어서는 안 될 선발 자원’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31일 현재까지 이재학은 47과 1/3이닝을 소화, 4승 1패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중이다. 토종 투수들 가운데 그보다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이는 양현종(KIA)과 윤성환(삼성)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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