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프로선수들에게도 OJT가 필요하다

'물벼락 세레모니 논란'을 통해서 본 OJT 필요성

2013-05-28 02:43

프로선수들에게도 OJT가 필요하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2009년 6월, 광주 무등경기장은 KIA 타이거즈가 잠시 원정 경기를 떠난 사이에 고교 선수들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지금은 폐지된 ‘무등기 고교야구’가 당시 광주에서 열렸다. 이 중 부산고와 부천고가 맞대결을 펼쳤던 1회전 경기는 양 팀 모두 정규 이닝에서 승부를 가져가지 못할 만큼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됐다. 연장 승부치기에 들어간 본 경기는 집중력에서 앞섰던 부산고가 4번 타자 김창혁(LG)의 끝내기 적시타를 앞세워 승리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 승패를 떠나 ‘다음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김창혁이 결승타를 기록하자마자 더그아웃에 있던 부산고 선수들은 일제히 물병을 들고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결승타의 주인공에게 ‘물 뿌리기 세레모니’를 해 주기 위함이었다. 바로 그때, “그만두지 못해! 선배들 못된 것만 배워서 뭐에 써 먹을래?” 라며 선수들을 제지한 이가 있었다. 당시 부산고 선수들을 지도했던 김민호 감독과 김청수 수석코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오죽 기쁘면 프로선수들 흉내를 내겠는가?’라는 질문에 두 지도자는 “선수들은 야구장이 교육의 장소다. 지금은 학생야구선수로서 기본을 지키는 것이 먼저다”며 단호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렇게 ‘인성교육’이라는 것은 작은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물벼락 세레모니’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제를 되짚어볼 만한 일이 지난 26일 잠실구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경기는 LG와 SK의 팽팽한 0의 행진으로 큰 관심을 모았는데, 결과는 정의윤의 끝내기 적시타를 앞세운 LG의 승리였다. 이후 선수들은 정의윤에게 ‘물벼락 세레모니’로 결승타를 친 데에 대한 축하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팬들 앞에서 마음껏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승자의 권리’였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결승타의 주인공 정의윤이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KBSN과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팀 동료 임찬규로부터 물벼락 세례를 받은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런데 정의윤을 포함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던 정인영 아나운서도 같이 물을 흠뻑 뒤집어 쓴 것이 그대로 중계 카메라에 잡혔던 것이다. 이를 지켜 본 담당 PD는 SNS를 통하여 유감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차후에는 LG가 승리하더라도 절대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강경책을 내놓기도 했다. 원치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선 임찬규가 사과의 뜻을 표한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할 점은 물벼락 세레모니와 관련하여 KBSN을 비롯한 각 방송사에서도 KBO와 특정 구단을 상대로 이미 몇 차례 ‘협조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선수와 아나운서의 전기감전 위험으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 시청자의 시청방해, 방송사고의 위험, 인터뷰 아나운서의 피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26일 잠실경기때와 같은 상황 발생시 담당 PD나 관계자가 가만히 있었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일이었다.

물론 일부 선수들의 ‘철없는 행동’을 전체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인성 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러나 야구 내적으로도 ‘불문율’ 이라는 것이 있듯, 야구 외적으로도 일종의 ‘불문율’이 있는 셈이다. 특히 프로스포츠와 방송사는 언제든지 공생 관계에 놓여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지켜야 할 선’ 이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 ‘몰라서 그랬다’,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구단의 변명은 그래서 크게 의미가 없는 법이다. 앞서 언급한 ‘부산고 지도자’들의 사례를 프로에서도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다. 선수들에 대한 ‘수시 교육’의 필요성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직무 중 교육(OJT=On the Job Training)'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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