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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할 타율 달성' LG 정의윤, '유망주' 꼬리표 떼나?

26일 SK전에서 끝내기 결승타 기록하며 '부산고 4번타자' 위용 되찾아

2013-05-26 22:42

'3할 타율 달성' LG 정의윤, '유망주' 꼬리표 떼나?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2005 신인지명회의는 오랜 만에 많은 유망주들이 배출되어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서울지역에서는 누가 ‘연고지(1차) 우선지명’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고교 3년생’들의 빼어난 활약이 돋보였다. 당시 성남고에서 4번 타자 겸 포수로 활약했던 박병호(넥센)가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스스로의 몸값을 높인 것은 물론, 휘문고 김명제, 신일고 서동환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 중 박병호가 가장 먼저 LG의 우선지명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 왔고, 두산 역시 ‘휘문의 에이스’ 김명제를 거액에 잡아 두면서 연고지 우선 지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신인선수 스카우트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연고지 우선지명 이후 열린 신인지명 2차 회의에서도 좋은 유망주들이 프로구단의 지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년도 성적 역순에 따라서 롯데-두산-LG가 먼저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상위 순번에 누가 이름을 불리는지에 따라서 나머지 구단들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역시 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당시 세 번째로 신인지명권을 행사할 권리를 지니고 있던 LG는 주저 없이 ‘부산고 4번 타자 정의윤’을 뽑았다. 이러한 LG의 선택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차세대 우타 거포 둘(박병호, 정의윤)을 확보하는 데’ 큰 의의를 두는 듯 했다.

‘만년 유망주’ 정의윤, ‘이래봬도 프로 9년차’

그만큼 당시 LG는 ‘우타 거포’에 목이 말라 있었다. 부산고와 성남고에서 4번을 쳤던 정의윤과 박병호를 나란히 영입한 것도 ‘거포’, 혹은 ‘중장거리 타자’를 육성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 이후 순번에 지명된 야탑고 윤석민(KIA), 단국대 오승환(삼성), 고려대 정근우(SK)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둘을 지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었다.

그러나 베테랑들로 가득 찬 LG 타선에서 둘의 위상은 낮을 수밖에 없었으며, 선발 출장 기회도 보장될 리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정의윤 혼자 106경기에 나서며 8홈런(타율 0.242)을 기록했지만, 이후 두 번 다시 100경기 이상 출장하지 못한 채 퓨쳐스리그를 전전해야 했다. 그에게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닐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이후 박병호가 상무 전역 이후 넥센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때 ‘빅5로’ 불렸던 LG 외야진이 100% 정상 가동되지 못했던 것도 정의윤에게는 기회이기도 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데뷔 이후 두 번째로 많은 66안타(타율 0.283)를 기록하며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올해부터는 선발로 출장하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외야 수비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이 고무적이었다.

수비가 안정되면서 타력도 점차 ‘부산고 4번 타자’ 시절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특히 5월 이후 총 10번의 멀티 히트 경기를 이어간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지난 26일 열린 SK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절묘한 ‘끝내기 2루타’를 기록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SK 선발 세든을 상대로 두 개의 안타를 기록한 이도 정의윤이 유일했다. 최근 5경기에서 모두 2안타를 기록하는 등 지난 한 주 동안 0.478의 타율을 기록하며 가장 뜨거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고는 하나 0.306의 타율로 데뷔 후 가장 좋은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변함없어 보인다. 이쯤 되면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어 버릴 때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공교롭게도 LG를 떠난 박병호는 지난해 MVP를 받으며 입단 동기와의 자존심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이번에는 ‘LG에 남은’ 정의윤이 입단 동기와의 자존심 대결 2라운드에서 승리할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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