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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인사이드]’숨겨진 송곳’ 프랑코나

월드시리즈 두 차례 우승 저력, 초반 부진 딛고 상승세

2013-05-22 14:56

[MLB인사이드]’숨겨진 송곳’ 프랑코나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기자]미국 스포츠에서 감독의 영향력(임팩트)이 가장 적은 게 프로 야구다. 영향력이 큰 것은 대학종목이다. 프로의 경우 감독의 임팩트는 4대 메이저 종목 가운데 풋볼, 농구, 아이스하키, 야구 순이다. 국내에서는 감독의 임팩트를 매우 높이 두고 있지만 메이저리그는 결국 선수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 명감독은 선수가 만든다는 격언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한화 이글스를 봐도 감독의 임팩트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알 수 있다. 김응룡 감독이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임에는 틀림없지만 해태와 삼성은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났던 팀이다. 우승은 이런 바탕에서 이뤄졌던 것이다. 감독의 지도력만으로 우승을 일궈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감독의 역량은 결국 어느 정도 팀 전력이 경쟁력을 갖췄을 때 나타나는 법이다. 2군, 트리플 A급 선수로는 제 아무리 지도력, 카리스마가 뛰어나도 성적을 낼 수 없는 게 프로 스포츠다. 현재 클리블랜드인디언스의 테리프랑코나(54) 감독에서 그 답이 드러난다. 프랑코나 감독은 2011년 보스턴이 막판에 팀워크 붕괴로 무너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레드삭스네이션의 지휘봉을 잡고 있을 지도자였다. 그리고 뉴욕 양키스에서 4차례 우승한 조 토리처럼 명 감독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탈락에다가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맥주를 마셨다는등 잇단 불미스러운 뉴스들이 터져 나오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해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프랑코나는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감독이다.

보스턴에서 해고된 후 지난 해 ESPN 해설자로 활동했다. 클리블랜드인디언스는 2012시즌 플레이오프가 들어가기 전 프랑코나를 팀의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구단이 프랑코나처럼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을 갖고 있는 감독을 영입할 때는 ‘리빌딩’이 아닌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도전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임 감독과 우승을 거둔 베테랑 감독의 연봉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보통 100만달러에서 200만달러의 차이가 난다. 당시 언론은 매니 악타 감독 후임으로 감독 대행을 맡은 샌디알로마 주니어를 물망에 올려 놓고 있었다. 하지만 구단은 프랑코나를 감독으로 임명했고, 프랑코나는 알로마 주니어를 벤치코치로 앉혔다.

오프시즌 인디언스가 추신수를신 시내티레즈로 트레이드하고 마운드를 보강할 때만 해도 2013시즌은 여전히 리빌딩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우익수 및 1루수 닉스위셔와 테이블세터 마이클 본을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각각 5600만달러와 4800만달러를 주고 영입하면서 당장 성적을 내려는 구단의 방침을 읽을 수 있었다. 팬들에게 공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험 풍부한 프랑코나감독과 2명의 FA 영입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프랑코나가스위셔, 본과 함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디펜딩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제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단 한명도 없었다. 오히려 중부지구에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다크호스 팀으로 꼽혔다.

시즌이 개막되고 초반 15경기를 치르면서 5승10패를 기록하자 인디언스의 전력은 역시 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특히 3연패, 5연패에 늪에 빠진데다가 10점, 11점, 14점씩을 허용하면서 매니 악타의인디언스와프랑코나의인디언스는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줘 팬들에 실망을 안겼다. 당시 5연패를 할 때 상대가 메이저리그 최약체 휴스턴애스트로스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했다. 이후 3연승 후 3연패를 할 때도 현재와 같이 중부지구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는 없었다.

인디언스는 4월2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 원정 4연전의 세번째 경기부터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6연승을 포함해 11경기에서 10승1패를 마크했다. 이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원정 3연전에서 첫판을 내줘 임자를 만나 상승세가 꺾이는 듯했다. 그러나 7-6, 4-3(연장 10회)으로 연승을 거두면서 인디언스의 전력이 만만치않음을 과시했다. 21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4연전을 모두 쓸어 담아 다시 5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디트로이트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선 것은 이미 지난 18일의 일이다.

현재 초반 인디언스의 상승세는 불펜진의 힘과 스코어링 포지션에서의 타격이다. 선발진의 방어율은 4.24를 마크하고 있으나 불펜은 3.03으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전체 6위를 마크하고 있다. 스코어링 포지션에서의 타율이 0.274인데다가 전체 팀에서 18개의 최다 홈런과 155개의 타점이 선두의 원동력이다. 26승17패로 디트로이트를 2.5게임차 앞서있다. 22일부터 홈에서 벌어지는 2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경기가 상당히 주목된다. 인디언스는 최근 성적부진으로 관중이 크게 감소됐다. 팬들에게 공짜 선물을 주지 않는 날은 2만여명 안팎이다. 최근 시애틀과의 경기에서는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음에도 첫 경기를 제외하고 3경기 연속 2만명이 미달됐다.

그러나 이제 프로그레시브 필드도 1990년대 매니 라미레스, 짐 토미 시절처럼 관중이 꽉꽉찰 날도 머지않았다. 송곳은 숨겨도 튀어 나오는 법이다. 프랑코나 감독은 분명 능력이 있다. 보스턴에서의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코나는 보스턴에서 두 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지만 올해의 감독상과는 한번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4년 5위, 2007년 4위에 머물렀다. 올해 감독상을 수상할 좋은 기회다. 인디언스가 승률 5할대의 경쟁력을 갖출 팀으로 본 전문가들은 없었으니까. 로스앤젤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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