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계 투구수'에 대한 논란, 무엇이 진실일까?

경기당 한계 투구수보다 1년에 총 몇 개의 공을 던졌는가가 중요!

2013-05-21 10:51

'한계 투구수'에 대한 논란, 무엇이 진실일까?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최근 투수들의 ‘한계 투구수’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다르빗슈가 130개의 공을 던지면서 한때나마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LA 다저스의 류현진도 투구수 100~110개를 기점으로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들려 오고 있다. 혹자는 투수들의 체력에서 그 원인을 찾고, 또 다른 이는 ‘선수 개인의 성향, 혹은 타고난 신체적인 조건’을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샌가부터 ‘투구수 100개’는 투수를 보호하는 척도로 여겨지곤 했다. 마해영 해설위원 역시 저서 ‘야구본색’에서 “선발투수의 투구수 100개를 지키는 것은 한국 야구의 소중한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라며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한계 투구수’에 숨어진 진실, 과연 무엇일까?

사실 ‘한계 투구수’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바로 아마야구다. 특히, 고교야구에서는 한때 진흥고 정영일(전 LA 에인절스)이 청룡기 대회에서 222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는 등 ‘투구수’와 관련한 많은 뉴스거리를 생산해 내기도 했다. 특히, 이와 같은 모습은 투수의 ‘절대 숫자’가 부족한 팀에서 많이 발견되곤 했다.

최근에는 고교야구가 주말리그로 전환되면서 ‘선수 혹사’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수그러든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상원고와 북일고의 경기에서 상원고 에이스 이수민(18)이 9와 2/3이닝 동안 178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이야깃거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이수민이 주말리그를 합쳐 경기당 평균 130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눈 앞의 승리만을 위하여 어린 선수를 혹사한다.’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어린 선수들에 대한 보호 차원이라는 관점에서 놓고 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계 투구수’에 대한 기준을 ‘프로야구’라는 관점에서만 놓고 보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프로야구는 선발 투수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5일 휴식 후 다시 경기에 나서기를 1년 내내 반복한다. 즉, 한 선수가 부상 없이 5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1년 126경기를 기준으로 최대 25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갖게 된다. 경기당 100~110개의 투구수를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1년 평균 2500~2750개의 공을 던지게 되는 셈이다. 즉, 프로선수가 투수로서 1군 무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대 3000개를 던질 수 있는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경기당 한계 투구수’라는 단편적인 사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야구경기의 특수 상황이나 선수 개인의 몸 상태, 하드웨어, 외부요인(경기장 상태 등) 모두를 감안해 보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상원고 이수민의 경우만 하더라도 선천적인 하드웨어(어깨 상태 유연, 연투시 이상 징후 발견 없음), 6일간의 휴식 보장, 트레이닝 센터에서의 체계적인 관리 등으로 박영진 감독이 직접 선수 몸 상태를 체크한다는 후문이다.

사실 178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던 지난 19일 경기에서도 목동구장 마운드 상태가 좋지 않아 ‘기록하지 않아도 될 사사구’가 많이 나왔다는 것이 이수민의 이야기다. 실제로 그는 경기당 평균 3개 미만의 볼넷을 내어 줄 만큼 빼어난 제구력을 선보이지만, 이 날 경기에서는 무려 11개의 사사구를 남발했다. 야구장 상태만 양호했다면, 그의 투구수는 그만큼 줄어 들 수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계 투구수’에 대한 프로 스카우트 팀의 견해다. 한 스카우트는 “고교시절에 많이 던져 본 선수가 프로에서도 대성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많이 던져 본 경험이 있는 만큼, 프로에서도 년 평균 1,000~1,500개의 투구수를 거뜬하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암고 시절의 변진수(두산)나 경남고 시절의 한현희(넥센)만 해도 고교시절,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사실 고교무대에서는 프로선수만큼 던졌던 것도 아니었다.

물론 예전과 같이 경기당 200개 넘는 투구수를 기록한다던지, 한 선수를 3~4일 연속 등판시키는 것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계 투구수’라는 지표는 당일 경기의 상황과 선수 몸 상태, 경기 외부적인 조건, 투구 이후 휴식 보장일수 등을 두루 따져본 이후 적절했는지에 대해 논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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