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배상문 우승 원동력은 '자신감과 심리적 안정'

두둑한 배짱으로 위기 극복, 친구와 어머니도 힘 실어줘

2013-05-20 11:21

배상문 우승 원동력은 '자신감과 심리적 안정'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기자]지난해 시즌 초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루키 배상문(27.캘러웨이)은 웨스트코스트 스윙(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1,2라운드에서 줄곧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신인답지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2012시즌 첫 대회 소니오픈에 이어 휴매나 챌린지,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등 3개 대회 1,2라운드에서 모두 60대 타수를 작성했다. 하지만 PGA 투어 경험이 부족한 탓에 무빙데이(3라운드)와 최종라운드의 고비를 넘기지 못해 스코어 유지에 실패했다.

하지만 미국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동행한 에이전트는 “배상문은 올해 우승할 것이다. 지켜보라”고 장담했다. 이 장담은 1년 뒤로 늦춰진 셈이다. 당사자인 배상문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록 PGA 투어에서는 루키지만 저도 프로에서 제법 잔뼈가 굵었다. 미국에 예선 통과하려고 온 것은 아니다. 목표는 우승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기자는 배상문을 2011년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때 처음 봤다. 첫 인상은 매우 자신감이 넘친다였다. 인터뷰를 할 때 씩씩하고 거침이 없었다. 자신감은 도가 지나치면 오만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인터뷰에 다소 진정성이 없어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 진출한 다른 종목의 스타급 플레이어들과 비교했을 때 배상문의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골프 선수들의 인터뷰가 프로답다.

배상문은 이번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도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두둑한 배짱으로 이를 뛰어 넘어 우승까지 연결시켰다. 9번홀(파4)에서 더블보기, 15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13언더파 동타를 이뤘을 때가 고비였다. 특히 15번홀 동타는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모멘텀을 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험했다. 결국 승부는 TPC 포시즌스 리조트(파70·7,166야드) 백나인의 유일한 파5홀인 16번홀(배상문 버디, 브래들리 파)에서 갈렸고, 브래들리는 17번홀마저 보기를 범해 추격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통상적으로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와 브래들리처럼 메이저 타이틀 PGA 챔피언십을 비롯해 통산 3승을 거둔 선수가 한 조를 이루면 배상문이 불리하다. 그러나 배상문은 코리안투어, 일본투어에서 우승을 거둔 경험이 힘이 됐다. 위기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해 루키 시절 배상문의 자신감은 3월 트랜지션스 챔피언십(현 템파베이 챔피언십)에서 나타났다. 연장 승부 끝에 잉글랜드의 루크 도널드에게 져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상승세는 템파베이 대회로 끝이었다. 이후 벌어진 17개 대회에서 기권 2회, 컷오프 실패 6회 등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최고 성적이 AT&T 대회 공동 17위였다. 시즌 후 나돈 소문이 “향수병에 걸려 부진했다”는 것이었다.

배상문은 올해 미국에 오면서 LA에 거주했던 집을 팔았다. 그리고 말벗이자 사소한 것도 챙겨주는 대구의 친구 배창모씨를 불렀다. 올해 웨스트코스 스윙 초반에는 모친 시옥희씨도 함께 있으면서 배상문에게 힘이 됐다.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시즌 첫 톱10 공동 8위를 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컸다.

이번 우승으로 27살의 배상문은 한국에서 PGA 투어에 진출한 해외파로는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최경주, 양용은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첫 정상을 밟은 선수가 됐다. 배상문은 올해 8번째 PGA 투어 첫 우승자로 기록됐다. 이번 우승으로 2015년까지 투어 시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PGA 투어 페덱스컵 포인트 96위에 랭크됐던 배상문은 이번 우승으로 95위에서 18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로스앤젤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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