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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인사이드]메이저리그의 ‘FA 먹튀’

거액 챙긴 해밀턴, 블랜튼, 업튼 등 성적은 저조

2013-05-15 10:33

[MLB인사이드]메이저리그의 ‘FA 먹튀’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기자]미국의 4대 메이저 종목 가운데 ‘FA 먹튀’가 가장 많이 베출되는 종목이 메이저리그다. 먹튀 순으로 치면 야구-풋볼-농구-아이스하키다. 풋볼은 ‘FA 먹튀’보다 드래프트를 잘못한 ‘드래프트 먹튀’가 종종 나타난다.

야구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플레이가 꾸준하려면 1년 계약이 가장 이상적이다고 한다. 그래야 열심히 하니까. 하지만 1년 계약은 구단의 횡포가 개입되기 때문에 선수 보호를 위해서는 FA 계약이 올바른 제도다. 그러나 FA 장기계약을 맺은 뒤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면 문제가 없으나 먹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팬들이 심한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벌써 LA 에인절스 조시 해밀턴, 조 블랜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B J 업튼, 토론토 블루제이스 멜키 카브레라 등이 FA 먹튀로 손꼽히고 있다.

해밀턴은 최근 천적 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 타격감이 살아나는 듯했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는 12타수 1안타에 그쳤다. 현재 타율 0.203, 홈런 4, 타점 11개다. 장타율 0.331은 2010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을 때 타율 0.359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파괴력이다. 홈런 4개는 모두 휴스턴을 상대로 엮어냈다. 삼진 44개에 볼넷은 고작 8개다. 한마디로 마구잡이 스윙이다. 나쁜 볼에 스윙을 하면서 정상 폼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밀턴은 오프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의 계약조건을 거절하고 에인절스와 5년간 1억2500만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그의 계약으로 역대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에인절스의 제리 디포토 단장은 현재 죽을 쑤고 있는 공격력 때문에 궁지에 몰려 있다. 기존 타선도 좋은 터에 페넌트레이스 승부의 열쇠인 마운드를 보강하지 않아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실제 왜 해밀턴을 영입했는지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구라이벌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공격력을 약화시키려고 그를 영입했다는 음모설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텍사스는 해밀턴 없이도 지구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또 하나의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선수가 B J 업튼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탬파베이에서 FA가 된 업튼과 5년간 7525만달러에 장기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8년 동안 단 한 번도 홈런 30개 타점 100개를 작성하지 못한 호타준족의 그에게 연봉 1505만달러의 거액을 준 것은 이 정도 외야수도 FA 시장에서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왜곡된 FA 시장의 몸값 폭등도 한몫했다. 애틀랜타는 B J 업튼과 계약 후 동생 저스틴 업튼을 애리조나에서 트레이드해오면서 형제 외야 라인업을 만들었다. ‘업튼 브라더스’는 한 경기 동시 홈런, 연타석 홈런 등 진기록을 세우며 초반에 눈길을 끌었다.

동생 저스틴은 초반에 벼락 홈런을 때리며 12개로 메이저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율 0.273 홈런 12 타점 21개로 성공한 트레이드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형 B J는 1할대 타율에서 허덕이며 FA 본색을 드러냈다. 35경기에서 홈런 3개, 타점 6개다. 삼진은 무려 47개나 된다. 애틀랜타가 초반에 상승세를 보이다가 부진한 것은 B J 업튼의 부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해밀턴이나 업튼에 비해서는 다소 나은 편이지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멜키 카브레라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토론토는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약물복용이 발각돼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카브레라와 2년간 1600만달러 계약을 맺었다. 액수로 치면 FA 영입 선수로는 거액은 아니지만 약물 복용자를 영입한 터라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호세 바티스타, 에드윈 엔카네시온의 쌍포에 테이블세터격인 카브레라의 영입은 지구우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현재 타율 0.261 홈런 1, 타점 12, 득점 13개로 약물 발각 전의 캔자스시티 로열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LA 다저스에서 ‘임대선수’로 활약한 뒤 오프시즌 에인절스와 2년간 1500만달러 계약을 체결한 우완 조 블랜튼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14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등판 전까지 1승도 없이 방어율 5.89를 기록하고 있다.

FA 선수들이 이렇게 부진하다고 해서 연봉을 구단에 돌려주거나 다시 계약을 조정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성적이 부진해도 뻔뻔한 게 문제다. 1978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는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3년간 활약한 외야수 라이먼 보스톡과 FA 장기계약을 맺었다. 5년간 230만달러였다. 해밀턴과 업튼에 비교하면 껌값 수준이었지만 보스톡은 계약 후 10만달러를 교회에 쾌척할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선수였다. FA 계약 후 4월에 보스톡은 타율 0.147로 아주 부진했다. 1976년 아메리칸리그 타율 4위, 1977년에는 동료 로드 캐류에 이어 타격 2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난 타자였다.

그러나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첫 1개월에 너무 부진한 타격을 보이자 보스톡은 진 오트리 구단주(작고, 영화배우 출신이다)를 찾아가 “자신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1개월 샐러리 75,000달러를 반납했다. 그렇지만 오트리 구단주가 이를 받을 리 만무였다. 보스톡에게 다시 돌려주자 그는 이 연봉을 기부할 뜻을 밝혔다. 보도 후 너무 많은 단체에서 기부를 원해 보스톡이 심사해 가장 필요한 곳에 먼저 희사했다. 보스톡은 5월에 타율 0.261 6월에 0.404를 마크하면서 시즌 0.296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나 9월23일 차에 타고 있다가 억울하게 총기사고로 사망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멋진 사나이였는데 27세의 젊은 나이에 타계했다. 해밀턴의 올 1개월 연봉은 보스톡의 총 연봉 230만달러보다 많다. <로스앤젤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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