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그늘집에서]캐디 윌리엄스와 우즈, 스콧의 삼각관계

타이거 우즈에게 해고된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 애덤 스콧과 마스터스 제패해 기쁨 두배

2013-05-10 17:55

[그늘집에서]캐디 윌리엄스와 우즈, 스콧의 삼각관계
[마니아리포트 이강래 기자]애덤 스콧(호주)의 마스터스 우승으로 주목받는 이가 있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다. 1963년생인 윌리엄스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캐디로 일할 때인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3번이나 메이저 우승을 함께 했다. 그중 마스터스 우승은 세 차례였다. 스콧의 이번 우승으로 윌리엄스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만 4번이나 우승을 합작하는 영광을 누렸다.

윌리엄스가 이처럼 많은 메이저 우승을 함께 한 것은 그의 능력과 무관치 않다. 윌리엄스는 우즈와 스콧의 백을 매기 전 피터 톰슨, 이안 베이커 핀치, 그렉 노먼, 레이먼드 플로이드 등 유명선수들의 백을 매며 캐디능력을 키웠다. 6살 때부터 집 근처 골프장에서 파트타임 캐디생활을 한 윌리엄스는 13살 때 핸디캡 2의 수준급 골퍼가 됐으나 “선수 보다는 캐디를 할 때 더 즐겁다”는 이유로 골프선수의 길을 포기한 전력이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우즈의 백을 13년간이나 맸던 것은 그의 능력이 출중했음을 보여준다. 윌리엄스는 보스인 우즈에 대한 충성심도 강했다. 과거 우즈의 경기도중 스윙을 촬영한 갤러리의 7000달러짜리 카메라를 빼앗아 연못에 던진 적도 있다. 우즈와 윌리엄스는 골프장 밖에서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우즈는 2005년 윌리엄스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자가용 비행기를 몰고 뉴질랜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레이서인 윌리엄스의 권유로 자동차경주에 참가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윌리엄스를 캐디로 고용한 우즈와 스콧이 불편한 관계라는 점이다. 우즈와 스콧은 세계적인 스윙코치인 부치 하먼의 지도를 받아 스윙 폼이 흡사하다. 이런 이유로 스콧에 대해 ‘백인 우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둘 사이는 ‘흑백 인종간 벽’ 만큼 거리가 있었다. 우즈의 백을 매며 웬만한 PGA투어 선수들보다 많은 1200만 달러(약 135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윌리엄스는 우즈가 부상중일 때 스콧의 임시 캐디로 일하다가 ‘괘씸죄’에 걸려 해고당했다. 우즈와 윌리엄스간 오랜 우정은 그렇게 끝났다.

윌리엄스는 우즈가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던 2011년 7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변화가 필요한 때”라며 결별을 선언했다. 우즈가 먼저 해고통보를 하자 이에 반발해 결별선언이 나왔다는 후문이 이어졌다. 윌리엄스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콧의 백을 매기 시작했고 그 해 WGC-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합작했다. 그리고 CBS와의 인터뷰에서 “캐디생활 33년간 거둔 145승중 이번 우승이 가장 값지다”라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넉달 뒤인 그 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캐디 어워즈 행사에 참석해 ‘그 흑인 멍청이(black arsehole)를 제거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해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이 발언은 스콧과 합작한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직후 "이 우승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말을 한데 대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윌리엄스는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곧바로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날 행사장에 참석했던 스콧은 자신의 캐디인 윌리엄스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우즈와 불편한 관계가 심화됐다.

스콧은 마스터스 우승후 가진 인터뷰에서 “연장전에서 우승 퍼트는 윌리엄스 덕에 성공했다. 나는 퍼팅라인을 읽을 수 없었고 윌리엄스가 내 눈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스콧은 연장 두 번째 홀의 버디 퍼트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꺾이는 퍼팅라인인 것은 알았지만 얼마나 휠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때 윌리엄스가 “홀 오른쪽으로 컵 2개 정도를 보고 퍼팅하라”고 조언했고 우승을 결정짓는 버디 퍼트는 홀 중앙을 파고 들었다.

윌리엄스가 스콧과 마스터스 우승을 합작한 것은 오랜 시간 우즈와 함께 대회코스인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쌓은 경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마스터스 출전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은 “오거스타 내셔널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우승확률은 높아진다”고 말한다. 윌리엄스는 마스터스가 끝난 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마스터스의 우승 퍼트는 내 생애 최고의 퍼팅이었다. 스콧이 내게 퍼팅라인을 전적으로 의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즈가 이 소리를 들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