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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백스톱]보스턴 콜로라도 초반 강세 이유 있었다

높아진 마운드 덕에 예상 깨고 시즌 초반 쾌속 질주

2013-05-10 16:04

[문상열의 백스톱]보스턴 콜로라도 초반 강세 이유 있었다
[마니아리포트 문상열]2013년 메이저리그가 3주 정도 지났다. 야구는 시즌이 워낙 길어서 20경기 안팎을 치렀다고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선수층이 두꺼운 메이저리그는 그렇다. 국내 프로야구는 시즌 초반 연패를 한 하위권 팀이 반등의 계기를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타의 불균형도 있으나 그 자체가 실력이다. 신생팀 NC와 한화 이글스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팀이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판단할 전문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NC와 한화 팬들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전망을 할 뿐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NC, 한화와 비슷한 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마이애미 말린스다. 두 팀이 올시즌 100패를 동시에 기록할지가 관심사다.

시즌 초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 두 팀이다. 서프라이징 팀이다. 아메리칸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와 내셔널리그 콜로라도 로키스가 주인공이다. 21일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는 12승4패로 강팀들이 포진해 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이날 현재 8연승 행진을 벌이며 13승4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지키고 있다. 두 팀이 현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초반에 예상을 깬 선두 질주임에는 틀림없다. 시즌 전 보스턴과 콜로라도의 각 지구 예상성적은 꼴찌 또는 4위였다. 모든 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예상이었다.

보스턴은 지난해 난파선이었다. 선수들의 부상, 보비 발렌타인 감독과 선수들의 불화가 겹치면서 69승93패를 마크해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마운드가 붕괴돼 메이저리그 30개팀 가운데 최다 자책점(754) 허용부문에서 28위였다. 예전처럼 지난 오프시즌에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나서지도 못했다. 그나마 FA 시장을 통해 영입한 굵직한 선수가 선발 라이언 템스터(2012년 12승8패 3.38), 포수 겸 지명타자 마이크 나폴리, 외야수 셰인 빅토리아 정도다.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구원진은 조엘 한라한(15일자 DL), 우에하라 고지 등이다. 전력의 변화가 크게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구단은 팀워크가 무너진 팀을 추스르기 위해 오랫동안 보스턴의 투수코치를 역임한 전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 존 패럴을 영입했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던 패럴은 보스턴으로 떠나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지난해 선발 5명을 채우지도 못했다. 부상에다가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올 유망자 조차 없어 시즌 후 사임한 짐 트레이시는 4인 로테이션을 운영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선발투수들은 5이닝 투구수 80개로 제한시키고 후반기 시즌을 꾸려 나갔다. 64승98패로 지구 선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94승68패)에 무려 30.0 게임 차나 뒤졌다. 팀 연봉을 줄여야 하는 구단은 오프시즌 FA 시장에서 잔챙이들만 영입했다. 트레이시 감독 후임으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1988년) 출신 월트 와이스(49)를 임명한 게 뉴스였다. 다소 파격적인 감독 영입이었다.

와이스는 2000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현역 생황을 마친 뒤 2002-2008년까지 콜로라도 프런트에서 수비 인스트럭터와 단장 보좌역을 맡았다.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 자리를 그만뒀다. 와이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콜로라도 오로라의 인근 고교 감독을 맡으며 야구와의 인연의 끈은 놓지 않았다. 구단은 와이스의 야구철학을 알고 있는 터라 지난해 11월 트레이시 후임으로 콜로라도의 지휘봉을 잡게 했다. 국내에서는 비록 프로 출신이지만 고교야구 감독을 맡고 있는 지도자를 프로 구단에서 영입하는 경우는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현재 보스턴과 콜로라도의 초반 상승세에는 이유가 있다. 보스턴은 지난해 초반 16경기를 치를 때 선발이 완전히 무너졌다. 선발투수의 성적은 3승7패 방어율 5.63이었다. 올해는 9승2패 2.31이다. 선발의 중심에 좌완 존 레스터와 우완 클레이 벅홀츠가 있다. 레스터와 벅홀츠는 패럴 감독과 궁합이 맞는 것이다. 레스터는 패럴이 투수코치를 역임할 때 2년 연속 올스타게임에 선발됐을 정도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 4년 연속 15승 이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발렌타인 감독과 함께 9승14패 방어율 4.82로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현재 3승에 1.73을 마크하며 옛 폼을 되찾았다. 한 때 17승을 올렸던 벅홀츠의 초반 상승세는 눈부시다. 4승에 평균자책점이 1점이 안되는 0.90을 마크하고 있다. 선발진이 안정되면서 보스턴은 공격력도 터지고 있다.

콜로라도의 초반 상승세는 믿기 어려운 안방의 이점이다. 쿠어스필드는 메이저리그에서 정평이 나 있는 ‘투수들의 무덤’이다. 투수들의 무덤에서 콜로라도 마운드가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는 게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매우 아이러니한 기록이다. 콜로라도는 현재 쿠어스필드에서 8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원정에서는 5승4패다. 그러나 원정에서는 경기당 5.8점을 득점하고 있고, 평균자책점은 4.92다. 쿠어스필드 안방에서는 경기당 6.9득점에 평균자책점이 2.89에 그치고 있다. 야구는 마운드가 버텨주지 못하면 전력 자체가 모래 위의 성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년도에 98패 이상을 한 팀이 이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콜로라도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지 초반이지만 눈길이 가는 기록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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