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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코스에 선 아버지와 아들을 보며

조원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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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6-06-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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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리포트 조원범 기자]27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국내 최초로 부자(父子) 골프대회가 열렸다. 정식 대회명은 ‘파더 앤 선 팀 클래식'. 말 그대로 아버지와 아들이 팀을 이뤄 골프경기를 벌이는 아마추어 골프대회다. 40대 아들과 70대 아버지가 팀을 이루기도 했고 4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함께 출전한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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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함께하는 골프대회가 왜 특별하게 느껴졌을까. 왜 이 행사를 보고 골프의 매력을 새삼 느꼈을까. 답은 ‘골프’라는 스포츠에 있다.

행사에 참가한 아버지들은 언뜻 봐도 5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아들은 30~40대도 있었지만 아버지들은 얼굴에서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이 나이에 다른 스포츠를 즐기는 건 쉽지 않다. 손자와 놀아주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물론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정도의 운동은 제외하고서다.

그러나 골프는 다르다. 100살이 넘어서도 건강만 허락한다면 할 수 있는 게 골프다. 최근 외신은 104살 고령 골퍼 이야기를 소개되기도 했다. 골프를 즐길 때 클럽을 강하게 휘두르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클럽으로 볼을 보내면서 페어웨이를 지나고 그린에 올라 홀에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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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오래 전 미국 출장 중 동네에 있던 골프장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이른 아침, 숙소 뒤쪽 골프코스에 한 노인과 어린아이가 서 있었다. 백발의 노인이 클럽을 휘두른 뒤 어린 아이도 작은 클럽을 손에 쥐고 그럴싸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둘이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푸른 잔디 위를 걷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골프라는 스포츠가 새롭게 느껴졌다.

다시 ‘파더 앤 선 팀 클래식’. 이 대회는 한 골프클럽 브랜드가 마련한 행사였다. 국내에서 이런 대회가 열린 건 처음이다. 미국에는 클리브랜드와 스릭슨이 개최하는 부자 골프대회가 있다. 대회를 마련한 홍순성 던롭 대표는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드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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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참가자인 이명군(10) 군은 “아빠와 처음으로 들어왔는데 너무 좋았다. 아빠와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아버지 이경렬(42) 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앞으로 아들과 자주 다니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유영근-유형서 부자(父子)는 코스에서 서로 웃음 가득한 얼굴로 자주 바라봤다. 아버지 유영근 씨는 “날이 조금 더워 힘들긴 했지만 아들과 한 팀으로 플레이를 해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아들이 오늘은 유난히 기특하게 보인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들 유형서 씨는 “아버지는 구력 20년의 베테랑이시다. 자주 모시면서 아버지의 골프 노하우는 물론 삶의 지혜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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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18홀 코스를 거닐며 함께하는 모습은 그 동안 본 수많은 골프 경기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한해 국내에서 열리는 골프대회는 수없이 많다. 프로 골프대회는 제외하더라도 수십 개에 달하는 아마추어 골프대회가 열린다. 그러나 특색 있고 나름의 의미를 갖는 대회는 많지 않다. 아쉽게도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그냥 하루 라운드를 한다는 것 이외의 의미는 찾기 힘들다.

‘파더 앤 선 팀 클래식’에서는 셔터를 누르는 내내 프로 골프대회 등의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과 아버지를 따르는 아들의 모습 하나하나에서 이 대회의 의미가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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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선수나 화려한 장식물은 없었다. 그러나 파더 앤 선 팀 클래식은 50팀의 부자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음에는 부녀(父女) 대회도 추천하고 싶다. 그 대회에서는 셔터가 아닌 클럽을 들고 딸아이와 함께 추억을 쌓고 싶다.

(wonbum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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