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KLPGA 메이저 대회는 어떻게 ‘막장 드라마’가 되었나

2017-10-20 08:14

20일오전1라운드잔여경기가끝난후8시10분출발예정인티박스에선수들의반발로참가여부논란이이어지면서첫조가출발하지못한채텅비어있다.이천=김상민기자
20일오전1라운드잔여경기가끝난후8시10분출발예정인티박스에선수들의반발로참가여부논란이이어지면서첫조가출발하지못한채텅비어있다.이천=김상민기자
[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가 ‘면책 논란’으로 시끄럽다. KLPGA의 운영 미숙 탓이다. 2라운드 역시 예정된 출발 시간에 선수들이 출발하지 못한 채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 6678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문제의 발단은 일부 홀의 그린과 프린지(그린 주변에 잔디를 짧게 깎아 놓은 구역)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골프 규정상 그린이 아닌 곳에서 선수가 공을 집어 들거나 건드리면 벌타를 받는다. 프린지 구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1라운드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어떤 선수들은 프린지 구역을 확인한 후 플레이했지만, 또 다른 선수들은 그린이라고 판단하고 마킹한 후 공을 집어들었다. 같은 상황에서 벌타를 받기도 하고 받지 않기도 했다.

결국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운영 미숙을 시인하고, 프린지 구역에서 공을 들었다가 벌타를 받은 선수들을 면책해주기로 했다. 이 면책 덕분에 벌타 2타가 없어진 최혜진(롯데)이 순식간에 6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섰다.

2라운드출발이지연되면서선수들의골프백이나가지못한채대기중이다.이천=김상민기자
2라운드출발이지연되면서선수들의골프백이나가지못한채대기중이다.이천=김상민기자

경기위원 미숙한 운영, 쌓였던 불신 폭발

대회 참가자들은 19일 밤까지 대회장을 떠나지 않은 채 1라운드 취소를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보이콧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왔다.

이처럼 ‘강경 단체행동’까지 나온 건 단순히 이번 대회의 운영 미숙 때문이 아니라 경기위원 및 경기위원장에 대한 선수들의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KLPGA투어에서는 경기 위원들이 룰을 명확히 숙지하지 못한 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규정을 적용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그린과 프린지 경계가 애매한 코스의 문제점을 경기위원회에서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대회가 진행되면서 비슷한 벌타가 연이어 나올 경우 경기위원회가 문제점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처했어야 옳았다. 경기 진행 중에도 이런 부분이 경기위원들 사이에서 전혀 공유되고 통제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화룡점정은 이런 문제를 ‘면책’으로 덮었다는 점이다. 경기위원장은 ‘선수들에게 룰을 공정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느끼기에는 오히려 면책을 받은 선수들이 큰 어드밴티지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최진하경기위원장이19일미디어룸에서브리핑을하는모습.이천=김상민기자
최진하경기위원장이19일미디어룸에서브리핑을하는모습.이천=김상민기자

선수들은 정말 몰랐을까

선수가 플레이하는 중에 그린과 프린지의 경계가 애매하다고 생각했다면 경기 위원을 불러서 확인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는 이런 확인 과정 없이 프린지에서 그대로 볼을 집어든 선수들이 있었다.
과연 이것이 전적으로 그린과 프린지 구분을 확연하게 하지 못한 코스 관리의 문제인지, 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플레이를 하려는 선수의 의도가 개입됐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만일 고의로 프린지에서 공을 집어 들었던 선수가 있었다면, 그리고 자진 신고가 아닌 누군가의 지적 혹은 제보로 벌타를 받았다면 그 선수에 대한 면책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많든 적든 이 대회의 2~4라운드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갑작스러운 단체 행동으로 대회 보이콧까지 거론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20일 오전 2라운드는 예정된 첫 조의 출발 시각인 8시10분에 선수들이 출발하지 못한 채 대회 참가 여부를 두고 논란을 이어갔다. 선수들은 전날 밤 논의에서 KLPGA 강춘자 부회장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문제 해결에 대한 매듭은 짓지 않고 일방적으로 떠나버렸다며 감정이 격앙돼 있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kyo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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