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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김미화 "MB와 소송도 고민 중"

"무자비한 국가 공작 개탄스러울 따름…내 경력 파산하게 했다"

2017-09-12 13:59

'블랙리스트' 김미화 "MB와 소송도 고민 중"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11일 'MB 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했음을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문화연예계 특정 인물과 단체를 대상으로 퇴출 압박 활동을 하게끔 지시했다.

블랙리스트가 지목한 방송인 8명에는 MB 정부 시절, 석연치 않은 이유로 MBC와 KBS 라디오 및 방송프로그램들에서 하차한 방송인 김미화가 포함돼 있다. 김미화는 2010년 'KBS 내부에 출연금지문건(블랙리스트)이 존재하고 있어 내가 출연이 안 된다더라'고 폭로하기도 했었다.

김미화에게 KBS는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1983년 KBS '개그 콘테스트'로 데뷔해 '쓰리랑부부'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60%의 시청률을 기록한 장본인이었다. 현재 KBS 대표 코미디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역시 김미화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 그런데 MB 정부 시절부터 KBS 어떤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미화의 필모그래피에서 2011년 이후 지상파 프로그램 출연은 찾아보기 어렵다. MB정부 블랙리스트에 따라 그가 퇴출 압박을 받아 온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미화는 힘들었던 지난 시절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새로운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밝혀진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 사찰 문건도 있었는데 국정원에 왜 블랙리스트가 없었겠느냐"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다음은 김미화와의 일문일답.

▶ MB정부 시절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고, 본인이 여기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의심되는 상황은 있었나.

- 2011년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청와대 쪽 민간인 사찰 문건이 나왔었다. 장진수 씨가 파쇄해서 내용은 보지 못했지만 거기에 'MBC 라디오 진행자 김미화 교체 동향건'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있었다. 청와대 사찰 문건도 있었는데 국정원 블랙리스트라고 왜 없었겠느냐. 그 사건을 접하고 나서야 정부에서 이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방송국 윗사람들이 공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국정원이 실제로 접촉을 시도한 적도 있나. MB정부 시절 국정원 블랙리스트는 굉장히 소수의 문화연예계 인사들이 포함돼 그런 직접적 압박도 있었을 것 같다.

- 아마 내가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을 거다. 국정원 직원이 방송 중에 나를 찾아온 적도 있다. 그걸 이야기했는데 국정원에서는 사실무근이라며 고소하겠다고 기사를 냈다. 그래서 내가 (국정원 직원이) 찾아 온 증거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또 고소는 하지 않더라. 국정원에 댓글팀이 따로 있었던 이상, SNS에서 과도하고 공격받고 그랬던 것들이 날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편향되게 생각하도록 유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사실 그 이후로 지상파 방송에도 출연하지 못했고, 코미디언으로서 또 방송인으로서 어려운 시절을 지나왔다. 지금에야 와서 이런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밝혀진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하겠다.

- 이런 것들이 모두 국가 공작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행돼 왔다는 게 참 개탄스러운 일이다. 사회에 발 붙이지 못하게, (내 경력을) 완전히 파산하게 만들었다. 대중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게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었겠느냐.

▶ 정황만 있을 때와 실제 증거가 있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여기에 혹시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도 있나.

- 어젯밤에 안 그래도 남편과 MB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볼까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구체화되려면 변호사와 상담을 거쳐야 하겠지만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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