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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거래 파문 일파만파' 상식 무너진 프로야구의 위기

2017-08-30 11:21

'돈 거래 파문 일파만파' 상식 무너진 프로야구의 위기
프로야구의 흥행 열기가 뜨겁다. 롯데 자이언츠의 상승세에 '구도' 부산이 들썩이고 끝난 것 같았던 1위 경쟁은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엘롯기(LG 트윈스-롯데-KIA)'가 사상 처음으로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남아있다. 한켠에서는 이승엽의 은퇴 투어가 진행되고 있고 이정후를 비롯한 새 얼굴도 리그에 신선한 재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으로 나와보면 온통 흙빛이다. 승부조작 및 경기조작 의혹과 검찰 수사, 해외원정도박 파문 등 최근 몇년동안 KBO 리그를 강타한 여러 악재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검은 돈' 파문이 커지면서 리그의 공정성과 명예는 땅으로 추락했다.

검찰은 전직 KBO 심판 최모씨와 구단 관계자들 사이의 금전 거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미 두산 베어스의 김승영 전 사장이 최씨와의 금전 거래를 인정하고(승부조작 의혹은 부인했다) 사퇴한 가운데 최근 KIA 관계자들과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도 조사를 받았다.

최씨와의 금전 거래 의혹에 연루된 구단이 3개로 늘어난 것이다.

KIA는 직원 2명이 금전을 빌려달라는 최씨의 부탁에 2012년과 2013년에 한 차례씩 1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장석 구단주는 검찰 조사에서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 측은 지난해 KBO가 사실 관계를 조사할 때에도 요청은 받았지만 돈을 보내지는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야구 팬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은 KBO가 전직 심판과 구단 관계자의 금전 거래 정황을 확인한 지난해 8월 이후 대처가 미흡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KBO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한 기관은 다름 아닌 문화체육관광부다. 금전 거래 정황을 인지하고도 6개월동안 조사를 지연했고 상벌위원회 개최와 결과를 비공개로 하는 등 축소,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 것이다.

당시 조사에서는 두산 1개 구단만 자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KIA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불신이 싹 트고 있다. 수사는 진행 중이고 아직 추가로 밝혀진 사실은 없지만 더 많은 구단이 '검은 돈' 거래에 연루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야구 팬 사이에 퍼져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13년 최씨와 김승영 전 두산 사장 사이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선후배 사이, 가까운 사이라면 돈을 빌려주고 보증도 설 수 있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리그 관계자들끼리는 안된다.

야구규약 제15장 '이해관계의 금지' 및 제155조 '금전거래 등 금지' 조항을 살펴보면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어떠한 이해 관게도 없이 공정한 판정을 내려야 하는 심판과 그 판정의 영향을 받는 프로야구 구단의 관계자는 절대 엮이면 안된다. 이건 상식이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상식이 야구계에는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승부조작과 무관한 금전 거래라 할지라도, 심판이 권위를 이용해 돈을 강탈한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비난을 면할 수는 없다.

이처럼 야구계 안팎이 시끄럽지만 KBO 리그 경기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특정 구단이 판정의 손해를 보면 '저 구단은 송금은 안 했나?'라는 우스갯소리의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신뢰는 쌓기 어렵지만 무너지기는 쉽다. 한국 야구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그 결과가 나왔을 때 KBO부터 의혹에 연루된 구단들까지 납득할만한 반성과 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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