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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녀' 김선아 "복자에게 '진짜'가 과연 있었을까요?"

[노컷 인터뷰] '품위있는 그녀' 박복자 역 배우 김선아 ②

2017-08-23 06:00

'품위녀' 김선아 "복자에게 '진짜'가 과연 있었을까요?"
"왜 저 여자는 다 잃었는데도 하나도 꿇리지가 않냐. 왜 난 다 가졌는데도 하나도 당당하지가 않아, 왜!"
_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17회

지독한 가난에서 도망치고 싶어 했던 박복자는 ㈜대성펄프 창업주 안태동(김용건 분)에게 간병인으로 접근했다 안주인 자리를 꿰찬다. 백화점 매장에 진열돼 있는 가장 잘 나가는 가방을 한꺼번에 살 수 있을 정도의 부도 거머쥔다. 하지만 박복자는 돈이 많아지더라도 닮고자 했던 우아진(김희선 분)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품위있는 그녀' 박복자 역을 맡은 배우 김선아를 만났다. 김선아는 끝내 행복해질 수 없었던 극중 박복자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는 '진짜'와 '진심'이 없었던 것을 꼽았다.

(인터뷰 ① '품위녀' 김선아, 박복자 설명하다 눈시울 붉힌 이유)

◇ "자신답지 않게 구는 모습이 가장 안쓰러워"

복자를 '너무너무 외로웠던' 사람으로 기억했던 김선아는 복자가 가장 안쓰러웠던 장면이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숨 뒤에 나온 대답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어떤 특정한 장면이라기보다는, 그냥 이 사람이 그 어떤 누구와 대화를 할 때 진심으로 했던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을까 생각했어요. 뭔가 (가면을) 뒤집어 쓴 것처럼, 자기가 아닌 것처럼 뭔가를 했어야 하니까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가 아닌 것처럼 하는 게 가장 안쓰럽지 않나요? 내레이션 중에 '완벽한 진짜도 완벽한 가짜도 없다'는 부분이 있었어요. (복자는) 자기가 별로 없는 사람이어서 안된 것 같아요. '진짜'가 이 사람에게 뭐가 있을까요. 자기 껍데기 하나 빼고는. 그러니 돈 있는데도 행복하지 않다고 한 게 아닐까요. 그거(돈)면 되게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 사람에게 필요했던 건 진짜 별 거 아닌, 따뜻한 말 한 마디, 따뜻한 손길이었는데 그거 하나 해 줄 사람이 없었던 거죠. 아마 어릴 때 잘 성장했더라면 (복자의 인생이) 되게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품위녀' 김선아 "복자에게 '진짜'가 과연 있었을까요?"
가난했기에 늘 많은 시간을 노동하는 데 썼고, 돈의 유무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냉혹한 사회를 철저하게 경험한 박복자는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따스함'을 경험한다. 세탁 잘 해줘서 고맙고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라는 짤막한 쪽지 한 장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된다. 김선아도 '뜻밖의 호의'에 크게 감격한 적이 있다고.

"제가 '여인의 향기' 찍을 때 암 환자 역할을 했어야 돼서 진짜 거의 먹지도 않았어요. 솔직히 촬영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데려다 놓으면 울고 그랬으니. (웃음)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너무 덥고 배고픈 날이었어요. 앉아 있는데 뭔가 후다닥 지나가더라고요. 나중에 보니 초콜릿 3개가 제 손바닥에 있었어요. 그때 촬영 퍼스트인가 세컨드인가 하는 분이 제가 너무 불쌍해 보였는지 진짜 미친듯이 달려가서 초콜릿을 사서 준 거죠. 그게 너무너무 고마웠어요. 아마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평생 잊지 못하는 것."

◇ '숫자'보다 더 큰 것을 선물한 '품위있는 그녀'

수많은 드라마 안에서 여주인공은 남성 캐릭터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역할로 소비된다. 그마저도 주인공이면 다행이다. 빛나는 남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도구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품위있는 그녀'는 무려 '여성 투톱'을 내건 드라마였다. 조·단역까지도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았다.

여성 투톱 드라마가 성공한 것에 대해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는 질문에 김선아는 "여자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너무너무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아서 정말 좋았다"고 답했다. 한 작품을 갖고도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것 역시 '품위있는 그녀'의 장점으로 꼽았다.

"얘기할 거리들이 너무 많잖아요. 여자든, 남자든. 남자들은 만나면 안재석 얘기하고. 여자들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우리 이모나 할머니 등 (가까이에 있는 여성) 누군가의 얘기일 수도 있고요. 아픈 얘기든, 재밌는 얘기든 같이 이야기할 거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품위있는 그녀'는 시청률, 화제성, 배우들의 호연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마지막회는 12.06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시청률이 치솟아, JTBC 드라마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정작 김선아는 수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임했던 모든 작품 시청률이 다 잘 나오지는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얼마 전에 종방연에서 김희선 씨가 (첫 방송 시청률이 낮아서) 되게 속상했다고 했는데 솔직히 저는 조금 놀랐어요. (시청률은)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이미 2월 말에 (촬영을) 다 끝냈고. 사실 저희 손을 떠난 거라고 생각해서요. 그래서 그런 면에서 저는 조금 덤덤했어요. 숫자에 민감한 편은 아니에요. 산수, 수학을 또 못하기도 하고요. (웃음) 물론 시청률이 좋으면 진짜 너무 좋지만, 안 좋다고 해도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배우들과 제작진이) 열심히 안 하는 것도 아니고요. 2%라는 게 높은 건지 낮은 건지도 잘 몰랐어요. 요즘 지상파 같은 경우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게 몇 %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삼순이('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작)는 50%가 나왔는데 그 당시에도 그렇게 많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단 말이죠.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숫자가 중요하지만,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준 작품이었어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폭발하게 했던 건 복자를 죽인 범인이 누구일까 하는 것이었다. 물리적 대치가 있을 정도로 사이가 나빴던 안태동의 큰아들 안재구(한재영 분)가 아닌, 그의 고3 아들 안운규(이건우 분)였다. 김선아는 결말을 언제 알았을까.

"감독님이 얘기 안 해 주셨거든요. '궁금하시죠? 대본 재밌어요. 기다리세요' 그게 끝이었어요. (웃음) (마지막회까지 스포일러가 돌지 않아서) 저도 진짜 놀랐어요. 사실 저도 얘기를 아무한테도 안 했어요."

'품위녀' 김선아 "복자에게 '진짜'가 과연 있었을까요?"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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