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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녀' 김희선 "삶은 똑같아요. 촬영할 때만 배우일 뿐"

[노컷 인터뷰] '품위있는 그녀' 우아진 역 배우 김희선 ②

2017-08-22 06:00

'품위녀' 김희선 "삶은 똑같아요. 촬영할 때만 배우일 뿐"
시아버지 안태동(김용건 분) 간병인으로 고용된 욕망 가득한 캐릭터 박복자(김선아 분)를 만난 이후부터 '우아한' 삶에 뜻밖의 균열을 맞게 되는 재벌집 며느리 우아진 역으로 활약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는 김희선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렇다 할 로맨스 없이도(이혼소송 변호를 맡는 강기호와는 마음공부 '짝' 관계로 남는 결말이었다) 그 자체로 매력있는 캐릭터를 맡았고, 잘 소화한 덕에 대중의 기대치를 다시금 만들어 냈다. 그래서 김희선은 '품위있는 그녀'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발받침'이 되어 준 작품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희선을 만났다. 마흔 넘고 아이를 낳으면서 고를 수 있는 배역의 폭이 많이 좁아졌다는 것마저 솔직히 밝힌 데 이어, '아는 형님', '미운 우리 새끼', '섬총사' 등 예능 나들이한 소감은 물론이고 '자연인 김희선'으로서의 삶도 담담히 전했다.

(인터뷰 ① '품위녀' 김희선 "백미경 작가, 제가 딱 할 수 있는 몫 줬다")
◇ "설 자리가 주는 건 사실… 매력 있는 역할 적어"


무명 시기라고는 없었고,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는 않는 '톱'의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스타이면서도 김희선은 이따금 냉정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스스로가 대중을 사로잡아야 하는 '상업 작품'의 주인공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한물 갔네'라는 평을 듣지 않기 위해 애썼으며, 계속해서 새로움을 주는 배우이고 싶어 했다.

"'토마토'(1999), '미스터 Q'(1998) 때 얘기를 하면 그게 되게 싫어요. 사골도 아니고 계속 우리니까. (웃음) '앵그리맘'(2015) 얘기하는 것도 싫더라고요. 재미있어서 얘기해주신다는 뜻은 좋은데 (제게 할 얘기가) 10년 전 작품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듣는 제가 식상한데 (저를)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재발견'이라는 표현도) 기분 좋을 때 들으면 괜찮은데 (작품) 반응이 안 좋을 때 들으면 '그렇게 형편없었나' 하고 의기소침해지고 자격지심이 생겼어요. 그럴 때마다 참 좋은 이야기를 해 주셔서 (연기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게 돼요. 기자 분들도 기운 주시는 데 한 몫을 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절친한 동료들의 꼼꼼한 모니터링 역시 김희선에게는 큰 힘이 된다. '앵그리맘' 때도 밥차를 선물했던 송윤아는 너무 잘 보고 있다며 "깍쟁이! 어쩜 그렇게 잘 하냐"고 했다. 송혜교도 평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는 후배 중 한 명이다.

'품위녀' 김희선 "삶은 똑같아요. 촬영할 때만 배우일 뿐"
그러나 좋은 필모그래피를 계속 쌓고,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픈 욕심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선택' 받는 배우 입장에서는 좋은 배역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성 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남성 배우에 비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을수록 폭은 점점 더 줄어든다. 김희선에게도 마찬가지다.

"마흔 넘고 아이 낳고 설 자리가 많이 주는 건 사실이잖아요. (들어오는 대본 중) 무슨 역할이 많냐면 연하인 재벌 2세와 우연히 만나는 유부녀, 아줌마, 엄마 이런 것들이에요. 아줌마이지만 (20~30대보다 더) 매력 있는 아줌마. 이를테면 '정사'에서 이미숙 언니 역할이나 '나쁜 남자'에서 오연수 언니 역할. 연하와의 진정한 로맨스 없이 정말 주부로서 매력 있는 역할은 그리 많지가 않아요. 그 안에서 고르자니 더 없고요."

'품위있는 그녀'가 잘 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래서 다음 한 걸음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대치가 생성된 만큼, 다음 작품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품위있는 그녀'는 김희선에게 고마운 작품이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발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음 도전을 하기 쉽게 만들어 준 작품이에요. 이걸 기회로 다른 역할을 시도할 수도 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이 드라마를 통해 좀 더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작품이) 안 됐으면 '아, 이건(이 역할은) 안 되나 보다' 하면서 시야가 좁아질 텐데, (잘 되면) 다음에 비슷한 역할을 맡더라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고 아니면 확 바뀐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고를 수 있는 폭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얼마나 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올진 모르겠지만. (전작이) 반응이 좋으면 생각이 더 많아져서 못 골라요. 예전에 애기 때는 생각 없이 한 작품도 있고 자의 반 타의 반이거나 소속사에서 골라서 부랴부랴 한 것도 있는데, 지금은 시나리오만 보는 게 아니라 캐릭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니까요."

그는 오랫동안 톱스타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톱스타라기보다는… (배우로서) 가장 제가 잘한 일은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배역이 줄어드는 게 무서워서 아줌마 등 특정 역할을 안 한다면 '꼴 보기 싫을 것 같다'고.

"자기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몸매관리 해서 비키니 입고 길게 생머리 늘어뜨리면서 20대 역할을 한다면, 일단 제 성격에도 안 맞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추해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섬총사', 강호동과의 인연으로 시작

'품위녀' 김희선 "삶은 똑같아요. 촬영할 때만 배우일 뿐"
'품위있는 그녀'의 성공으로 김희선은 배우로서의 입지를 더 공고히 했다. 최근에는 '아는 형님', '미운 우리 새끼' 등 잘 나가는 예능에 출연하는가 하면, '섬총사'에서는 주요 출연진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 내 '예능 행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좁은 업계이니만큼 한 번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의 의리를 중시한다는 김희선은 예능 출연 계기도 결국에는 '사람 덕'이었다고 말했다. '미운 우리 새끼'는 드라마 '화신'의 CP, 신동엽과의 인연 덕에, '섬총사' 고정출연은 '아는 형님'에서 만난 강호동 덕에 결정하게 됐다고.

"'섬총사'는 '아는 형님'으로 호동오빠랑 인연이 돼서 하게 됐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관찰예능, 리얼예능이 해 보고 싶었어요. 그런 게 어떤 건지 트렌드를 알고 싶어서요. 마침 또 호동오빠가 제 얘기를 해 주셔서 (출연) 했는데 걱정은 됐어요. 만약에 '품위있는 그녀'가 잘 안 됐다면 '아, 내가 예능에서 설쳐서 안 됐나 보다' 했을 텐데 다행히 그렇진 않았어요. 요즘 시청자들이 정말 고단수인 게, 예능은 예능으로 드라마는 드라마에서의 모습을 봐 주시더라고요. 다행이죠."

강호동, 정용화와 의외의 케미를 보여주고 있는 '섬총사'는 3개의 섬을 돌 때까지는 하기로 약속했다고. 원래 시즌제로 오겠다고 했으나, 멤버들끼리 정이 쌓여버렸다.

"너 그거 진짜 잘하는 거야. 합법적인 외박이잖아. 촬영이긴 하지만 네가 언제 나가서 맛있는 것 먹고 고기잡이 배를 타 보겠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 봐" 하는 신동엽의 조언에도 영향을 받았다.

"용화랑 같이 청정남매라는 별명도 생기고, 호동오빠랑 용화도 동화형제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세 멤버가 이렇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실 저는 제가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어서 걱정했어요. 개그 코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늘 똑같을 것 같으니 시청자들을 위해 새 여배우가 나오면 더 재밌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계속 하게 됐어요. 저희는 낮잠 자고 싶으면 자고 그러면서 우리 셋만 즐거워요. (웃음) 시청자들은 안 즐겁고. 요새는 외국 섬에서도 초대가 온대요. 예능이랑 드라마가 같이 잘 되기가 어려운데 복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기도 하고."

마치 수다 떨듯 진행돼서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끝날 때가 다가와 있었다. 배우 혹은 예능인이 아닌 '자연인' 김희선으로서의 삶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삶은 똑같아요. 촬영할 때만 '배우'죠"라는 답이 곧장 돌아왔다.

"정말 똑같아요. 다른 주부들이랑. 오늘 아침에도 연아(딸) 깨워서 렌즈 뺐어요. 눈이 좀 나빠서 드림렌즈를 끼거든요. 쉬야 하고 밥 차려주는 거 먹고 둘이 핸드폰으로 셀카 찍다가 세수하고 양치시켜서 보냈죠. 애 가면 그때부터 저도 가끔 게임하고요.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아요."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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