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0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연장 12회 끝에 4-4 무승부를 거뒀다. 에이스 박세웅을 투입하고도 아쉽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아쉬움을 넘어 롯데로서는 억울한 무승부였다. 손아섭의 홈런이 비디오 판독 끝에 2루타로 정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4-4 무승부로 끝났기에 더 아쉬운 롯데다.
손아섭은 1-4로 뒤진 3회말 1사에서 상대 선발 윤성환으로부터 좌중간에 큼직한 타구를 뽑아냈다. 타구는 담장 위 홈런의 기준선인 노란 스펀지 라인을 맞고 넘어가다 철제 난간에 부딪혀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당초 현장 심판진은 이 타구를 홈런으로 인정했다. 2루를 돌며 멈칫했던 손아섭은 판정 이후 여유있게 홈까지 들어왔다.
하지만 삼성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원심이 번복됐다. 홈런이 아닌 2루타가 돼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던 손아섭이 다시 2루로 갔다. 롯데 측은 항의했지만 이미 판독이 끝난 뒤였다.
당초 KBO는 올 시즌에 앞서 비디오 판독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의욕적으로 판독센터를 설치했다. 전문 판독관이 보다 정확한 판독을 위해 센터에 상주하는 동안 현장 심판은 비디오 판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올해 판독의 정확성에 의구심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오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일 광주 경기에서도 나왔다. 7회초 NC 나성범의 홈 쇄도가 세이프로 선언된 상황에서 KIA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화면 상으로 포수 김민식의 태그가 먼저 이뤄져 아웃이 돼야 했지만 판독 끝에도 원심이 유지됐다. 물론 KIA가 승리하면서 승패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는 다르다. 오심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물론 손아섭의 홈런이 인정됐다고 롯데가 이겼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2-4로 추격한 상황에서 롯데의 분위기가 달라졌을 가능성은 크다. 손아섭의 격하된 2루타 이후 롯데는 득점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롯데는 가을야구를 위해 한창 상승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왕년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합류한 롯데는 후반기 대반격을 노릴 참이었다. 만약 이날 승리했다면 후반기 첫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해 반등의 계기가 될 만했다.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1승의 가치는 엄청나다. 시즌 막판 단 1승 때문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 2015년 두산은 1승 차로 넥센에 앞서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준플레이오프부터 승승장구하며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롯데 역시 2008년 1승 차이로 두산에 2위 자리를 내줘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놓쳤다.
특히 롯데가 만약 그 1승 때문에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다면 20일 날아간 손아섭의 홈런이 두고두고 뼈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터. 시즌 막판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장 선수단이 피해 의식과 상실감에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 나비효과처럼 롯데뿐 아니라 어쩌면 리그 순위 전체에 파장이 미칠 수도 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센터는 그 실수를 막자고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가장 철저해야 할 판독센터에서 실수가 한번도 아니고 재발된다면 할 말이 없다.
더군다나 어지간한 야구 팬들이 봐도 딱부러지게 판단을 내릴 만한 상황에서 오독이 나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판독관에 대한 제재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판독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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