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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터 vs 니퍼트, 왜 투수전 아닌 난타전이 됐을까

2017-06-22 06:00

헥터 vs 니퍼트, 왜 투수전 아닌 난타전이 됐을까
당초 명품 투수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의 등판이었지만 난타전으로 이어졌다.

KIA와 두산이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격돌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즌 7차전 경기였다. 이날 두 팀의 선발은 헥터 노에시와 더스틴 니퍼트였다. 올해 10승 무패 투수와 지난해 22승을 거둔 MVP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평소와는 전혀 다른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니퍼트는 3이닝 11피안타 9실점으로 5패째(7승)를 안았고, 헥터도 11연승을 달리긴 했지만 5이닝 13피안타 6실점으로 멋쩍은 승리를 거뒀다.

1회부터 둘은 흔들렸다. 헥터는 몸이 덜 풀린 듯 첫 타자 최주환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오재원에게 풀카운트로 몰린 끝에 한복판 시속 147km 직구를 던졌다가 선제 2점 홈런을 내줬다. 이후 박건우에게 3루타까지 맞았으나 1사 후 양의지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으로 무리하게 들어와 횡사하는 바람에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니퍼트도 마찬가지였다. 니퍼트는 첫 타자 이명기를 2루 직선타로 잡을 때만 해도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볼끝도 괜찮았다. 그러나 김주찬의 2루타, 로저 버나디나의 적시타, 최형우의 2점 홈런을 연달아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니퍼트는 2회도 2루타 2개와 안타 1개로 2점, 3회도 사구 1개, 단타 3개, 2루타 1개 등으로 4점을 더 내줬다. 물론 3회 2사 1루에서 나온 김선빈의 타구 때 2루수 오재원의 다소 높은 토스를 유격수 류지혁이 포구하면서 2루 베이스 터치를 하지 못한 점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안타성 타구였다. 결국 니퍼트는 KBO 리그 데뷔 후 개인 최다인 9실점으로 무너졌다.

헥터 vs 니퍼트, 왜 투수전 아닌 난타전이 됐을까
헥터도 수비의 도움이 없었다면 니퍼트 꼴이 될 뻔했다. 9-5로 앞선 4회 2사 1, 2루에서 헥터는 민병헌에게 우중간 2루타성 타구를 내줬지만 우익수 이명기의 다이빙 캐치로 한숨을 쓸어내렸다. 14-6으로 앞선 5회 2사 1, 3루에서도 헥터는 박건우의 우중간 타구가 중견수 버나디나의 다이빙 캐치에 잡혀 실점 2개를 면했다.

이렇듯 에이스가 흔들린 데는 먼저 우천 취소의 영향을 들 수 있다. 당초 둘은 전날인 20일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비로 경기가 취소돼 나란히 하루씩 밀렸다. 이런 미묘한 차이가 둘의 루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NC 에릭 해커 등 예민한 투수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등판을 아예 다음 순서로 미루기도 한다.

우천 취소가 상대적으로 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유난히 우천 취소 경기가 적었다. 거의 휴식없이 시즌을 치렀던 야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20일 우천 취소는 꿀맛 휴식이 됐을 터.

또 상대적으로 안방에서 쉰 KIA 선수들이 더 큰 활력을 얻었을 수 있다. 호텔방에 묵은 두산 선수들과 달리 마음이 편한 집에서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 후 이명기는 "하루 쉬니까 너무 좋았다"면서 "모처럼 동료와 밥도 먹고 일찌감치 집에 가서 야구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쉬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헥터 vs 니퍼트, 왜 투수전 아닌 난타전이 됐을까
두산도 이날 나름 활발하게 방망이를 돌렸지만 KIA 타선의 공세는 더 매서웠다. 경기 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사실 오늘 초반 니퍼트의 구위가 좋아서 내심 기대를 했다"면서 "그러나 KIA 타자들이 워낙 좋더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직구든, 변화구든 다 맞으니까 포수 양의지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더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날 KIA는 그동안 부진했던 김주찬까지 모처럼 각성했다. 이날 4안타 4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김주찬은 경기 후 "최근 생각을 단순하게 하고 안타만 치려고 한다"면서 "짧게 치려고 스윙 폭을 줄이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조정 국면에 들어간 스트라이크존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올해 적잖게 확대돼 타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존은 최근 들어 진정 국면을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모 감독도 최근 다시 슬그머니 부각되고 있는 타고투저 현상에 대해 "존의 높낮이는 그대로인데 좌우는 확실히 좀 좁아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헥터와 니퍼트는 유난히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많았다. 특히 두산 마운드는 이날 볼넷 8개와 몸에 맞는 공 2개를 내주며 무너졌다. 에이스들이 나와도 조금이라도 삐끗한다면 투수전보다는 난타전이 이뤄지는 KBO 리그다.광주=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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