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박인비의 강철 멘털, 그 끝은 어디일까

2017-03-06 07:14

박인비가HSBC위민스챔피언스우승컵을들고있다.박인비는시상식에서"아버지가많은트로피중이대회트로피를가장좋아하신다"고말해관계자들에게박수를받았다.싱가포르=김상민기자
박인비가HSBC위민스챔피언스우승컵을들고있다.박인비는시상식에서"아버지가많은트로피중이대회트로피를가장좋아하신다"고말해관계자들에게박수를받았다.싱가포르=김상민기자
[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박인비(29, KB금융그룹)가 손가락 부상으로 투어를 8개월간 쉬고도 복귀 두 번째 대회 만에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지난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최종합계 19언더파로 우승했다.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1타 차였다.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만 두 번째 우승을 기록했는데, 이 대회에서 2차례 이상 우승한 게 박인비가 최초다.

박인비는 지난해 6월 이후 LPGA투어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가락 통증을 안고 참가한 2016 리우올림픽(8월)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땄다. 큰 경기에서 빛을 발하는 박인비의 침착함, 그리고 한 번 선두권에 자리를 잡으면 절대 자리를 내주지 않고 마지막 날 1위를 굳히는 모습이 그야말로 박인비 다웠다.

박인비는 지난달 26일 태국 촌부리에서 끝난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8개월 만의 복귀전을 치렀다. 성적은 공동 25위.

하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박인비는 전성기 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특히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는 박인비의 ‘컴퓨터 퍼팅’이 돋보였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퍼트 수는 27개에 불과했다. 중장거리 퍼트를 여유 있게 성공시키며 4라운드에서만 9개의 버디(보기 1개)를 잡아 8타를 줄였다. 특히 17번 홀(파3)에서 긴 거리 퍼트를 집어넣었을 때는 “우승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우승 트로피 시상식에서 진행자는 “퍼터를 어디에 뒀나. 어딘가 숨겨두고 잘 잠가 뒀느냐”고 농담했다. 박인비의 퍼트가 마치 마술 퍼터를 쓰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온 농담이다.

박인비의 우승을 보며 많은 이들이 그의 강철 같은 멘털에 혀를 내두른 이유는 또 있다.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LPGA투어 통산 18승째를 올렸다. 이 중 7승은 메이저 대회다. 이미 지난해 LPGA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고, 올림픽 금메달까지 땄다.

리우올림픽 당시 미국 언론들은 “박인비가 올림픽을 치르면 이후에는 경쟁 대회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을 기사화했다. 박인비가 이룬 게 많고, 결혼해서 가족을 잘 꾸려가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을 ‘아이를 낳고 당분간 골프를 쉬겠다’고 확대해석한 것이다.

박인비는 이런 기사들을 비웃듯이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이후 6개월 간의 짧지 않은 재활을 거쳐 투어에 복귀하자 마자 우승컵을 또 수집했다.

우승 후 공식인터뷰에서 박인비는 “다음 목표는 대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제 목표가 없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올해 안에 메이저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인비는 2015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하지만 LPGA에는 최근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에비앙 챔피언십 때문에 메이저대회가 5개 있다. LPGA투어 측에서 공식적으로 “5개 메이저 중 4개만 우승해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이다”라고 확인했지만, 일부 미국 언론은 박인비가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컵이 없기 때문에 완벽한 그랜드슬램이 아니라고 폄훼했다. 박인비는 심지어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경험이 있는데, 다만 그게 메이저대회로 승격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박인비는 굳이 이 대회 이름을 거론하지도 않았다. 그는 우승하고 싶은 메이저 대회에 대해 “무슨 대회든 좋다”고 답해 웃음을 이끌어 냈다.

평범한 사람들이 봤을 때 박인비는 모든 걸 다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런 박인비가 여전히 승리에 대한 목마름과 함께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야 말로 ‘강철 멘털’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kyo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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