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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 "실시간 음원차트, 음악이 무법 격투기인가"

2017-02-27 11:40

- 특정음원 반복시켜 차트 왜곡
- 실시간 차트는 한국형 괴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실시간 음원차트, 음악이 무법 격투기인가"
가수들이 신곡을 발표할 때 '오늘 밤 자정에 공개합니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알고 보니까요, 이게 음원 순위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멜론, 벅스, 지니 같은 주요 음원사이트들이 순차적으로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발표되는 음원만 실시간 차트에 반영하겠다 하는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음원차트 왜곡 사례를 예방한다는 건데요. 도대체 음원차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건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들여다보죠.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장가 님 안녕하세요?


◆ 김작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실 요즘에 CD보다 음원으로 음악 즐기는 분들이 훨씬 많죠?

◆ 김작가> 사실상 스트리밍서비스죠. 음원을 가지고 음악을 듣는 경우가 거의 90% 이상이라고 봐야 되죠.


◇ 김현정> 음원사이트에 들어가면 실시간 순위가 주르륵 나와요. 그 순위를 보면서 클릭, 클릭 해가면서 듣는 경우가 저도 많고 대부분 그렇게들 들으시는데 그 순위를 지금까지는 어떻게 매겼던 겁니까?

◆ 김작가> 실시간차트가 핵심인데요. 5분 단위로 그 차트가 갱신이 됩니다.

◇ 김현정> 5분 단위로?

◆ 김작가> 음원이 발매가 되면 그게 즉각적으로 실시간 차트에 반영이 돼서 5분마다 순위에 오르는데요.

◇ 김현정> 5분마다 계속 바뀌는 거예요, 클릭을 많이 하는 것에 따라서. 그런데 오늘부터 시행되는 개편안에 따르면 실시간차트가 어떤 식으로 집계가 된다는 거죠?

◆ 김작가> 여태까지는 24시간 언제 발매하든지 그 발매 시간에 상관없이 바로 차트라고 하는 무림으로 뛰어드는 거였다면.

◇ 김현정> 등판이 바로 되는 거예요, 발매하는 순간.

{VOD:3}

◆ 김작가> 그렇습니다, 바로 등판했는데요. 이제는 정오. 그러니까 오후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발매된 음원만 실시간 차트에 즉각 반영이 되고요.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발매된 음원들은 그다음 날 오후 1시 그리고 자정 이전에 발매된, 당일 자정 이전에 발매된 음원들은 역시 그 당일 오후 1시에 반영이 됩니다.

◇ 김현정> 복잡하네요, 복잡하네요. 이렇게 바꾸는 이유가 있겠죠?

◆ 김작가> 최근 몇 년간 실시간차트가 영향력이 너무 커지면서 음원 사재기가 등장을 해서 논란을 빚었어요.

◇ 김현정> 음원을 막 기획사에서 사들이는 거예요, 가수가?

◆ 김작가> 똑같은 아이디를 수천 개 만들어서 24시간 돌리면서 차트 왜곡을 하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12시, 밤 12시에 음악을 듣는 경우가 낮 시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지 않습니까? 자정에 음원을 발매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이용자 수가 적은 상태에서 아이돌 팬덤이나 기획사에서 음원 조작과 음원 사재기를 통해서 차트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쉬워진다는 거죠. 밤 12에 경쟁자가 없으니까.

◇ 김현정> 그렇군요. '우리 오빠 혹은 우리 걸그룹이 오늘 음원 발매한다. 다 모여 있다가 12시에 실시해.' 이러면 순위 올리는 게 낮보다 훨씬 쉽다는 얘기예요?

◆ 김작가> 그렇죠. 일반적인 차트 스트리밍 이용자가 다른 시간에 한 100명이다 했을 때 밤 12시에는 20명, 30명대로 확 떨어지니까 이른바 화력을 집중하기가 굉장히 좋은 시간대라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좀 불법적으로 어둠의 시간을 노려서 뭔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 김작가> 2015년에도 한번 크게 문제가 있었던 건데요. 공장이 있습니다. 중국에 공장이라는 게 있어서요.

◇ 김현정> 공장이요?

◆ 김작가>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수십대 갖다놓고 ID를 몇 천개씩 만들어서 특정한 음원을 스트리밍을 계속해서 돌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실제 듣는 사람에 비해서 기계적으로 재생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거죠. 그러면 당연히 차트에 진입을 하고 그걸 통해서 차트에 머무는 거죠.

◇ 김현정> 많이 들으셨어요, 그런 사례?

◆ 김작가> 굉장히 비일비재하죠. 브로커가 있어가지고 신인급이냐 아니면 중견급이냐 그런 거에 따라서 또 차트 몇 위까지 올라가느냐. 차트 몇 시간 머물게 하느냐 그런 게 전부 다 차등화된 가격표가 있고요.

◇ 김현정> 대략 어느 정도 가격이 매겨져 있어요?

◆ 김작가> 예를 들어 신인. 완전 신인의 경우에는 하루 동안 차트에 머물게 하는 데 억단위가 투척된다, 이런 얘기까지도 들었습니다.

(사진=자료사진)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이런 식으로 브로커가 개입돼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말고 팬덤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어요?

◆ 김작가> 밤 12시에 딱 집결합니다. 그리고 밤새도록 컴퓨터 틀어놓고 ID 수십개씩 만들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을 계속해서 돌리는 거죠.

◇ 김현정> 그거는 불법이라고는 할 수 없고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거 뭐 적발을 할 수도 없고.

◆ 김작가> 공정성에 위배되고요. 특히 학생들 같은 경우에 자정부터 학교 갈 때까지 계속 돌리니까 학부모들이 민원을 좀 제기해서 이번 조치가 내려진 측면도 있다고 저는 들었어요.

◇ 김현정> 이번 개편안이 그래서 내려진 측면도 있다? 이 문제가 사실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에요. 2013년 8월에는 SM, YG, JYP 이런 대형기획사들이 음원사재기 실태를 밝혀달라 검찰에 고발하는 사건도 있었는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김작가> 2013년에 했던 고발 같은 경우에는 혐의 불충분으로 수사가 기각됐고요.

◇ 김현정> 기각이 됐어요? 수사가 안 됐어요, 그럼?

◆ 김작가> 무혐의 처분 나온 거죠.

◇ 김현정> 아니, 분명히 이런 실태들이 있는데 어떻게 무혐의가 나왔죠?

◆ 김작가> 가요 관계자들 말에 의하면 수사 의지가 충분히 없었던 거죠. 그래서 2015년에 이 문제가 다시 한 번 물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때는 일부 언론에서 공장의 실체를 촬영하는 증거까지 보도를 하면서 다시 한 번 크게 이슈가 됐었는데 그때 역시 대형 기획사들을 수사해달라고 고발을 했었고 지금은 계속 수사 진행중인 걸로는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음원으로 듣는 사람들이 90%를 넘어서는 이런 시대에 음원차트의 영향력이 막강함을 생각한다면 이런 불법적인 것들 분명히 막아야 되는 것 같은데 궁극적으로 음원차트 어떻게 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세요, 전문가가 보시기에?

◆ 김작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 그 실시간 차트거든요. 보통 데일리 차트, 위클리 차트, 먼쓰리 차트 이 정도로 분류가 되지 실시간차트가 되는게 한국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뭐냐하면 이 실시간 차트 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차트만 듣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즉 소극적인 대중들을 만들어내고 시장 흐름 자체가 왜곡돼 보일 수도 있고. 그 차트가 갖고 있는 기능 자체가 아무것도 없는 거죠. 말하자면 심판이 없는 그 게임에 룰이 없는 이전투구의 스포츠 경기가 됐다라고 정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어떻게 바뀌어야 하겠습니까, 그러면?

◆ 김작가> 결국은 실시간 스트리밍 차트를 없애야죠.

◇ 김현정> 아예, 없애요? 실시간 차트를?

◆ 김작가>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공정성. 문화도 공정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공정성이란 화두가 요즘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음악계 역시 공정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작가>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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