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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썰] 타이거 우즈가 못 치면 좀 어때
데저트 두바이 클래식의 타이거 우즈. 사진=AP뉴시스

[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돌아온 타이거 우즈(42, 미국)에 대해 골프 팬들의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댓글이 자주 보인다. ‘아이고, 형님. 이제 은퇴하셔야 겠어요’ 류의 댓글부터 ‘타이거, 할 수 있다. 파이팅!’ 류의 글도 있다. 

우즈는 수 차례의 허리/무릎 수술을 거쳐 약 17개월 만에 투어에 복귀했다. 성적은 좋지 않았다. 1월 말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는 컷 탈락, 2월 초 유러피언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는 2라운드 직전 기권했다. 

우즈는 PGA투어의 오늘을 있게 만든 골프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다. 복귀 직후 성적이 기대 이하인 이유는 기량의 문제 라기보다 나이와 컨디션 문제에 가까워 보인다. 이미 우즈의 나이는 마흔이 훌쩍 넘었고, 부상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스타, 특히 스포츠 스타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위치에 있다. 우즈를 보면 더욱 그렇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뽐내면서 전성기를 누리는 스포츠 스타의 플레이는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곤 한다. 사실 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골프를 치는 타이거 우즈가 한국 사람과 대체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우즈가 포효하는 모습, 호쾌한 샷을 날리는 모습은 이처럼 아무 상관 없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까지 단숨에 매혹해 버렸다. 

우즈의 전성기를 지켜보면서 그를 응원했던 사람이라면 지금 우즈의 모습을 보면서 온갖 감정이 교차할 것이다. 그 감정 중에서도 지금은 어쩌면, ‘슬픔’ 혹은 ‘애잔함’이 크지 않을까. 

전성기 시절 우즈는 지금보다 젊었고, 강했다. 그리고 그가 뿜어내는 아드레날린, 에너지에 반했던 우즈 팬들 역시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어리고 젊었다. 

스포츠 스타에게 ‘노쇠화’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특히나 ‘특급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있는 몸 상태의 수명은 너무나 짧다. 

복귀 후 2개 대회를 모두 끝까지 채 마치지도 못한 우즈의 줄어든 머리숱을 보면서, 아마도 많은 팬들은 전성기의 우즈, 그리고 그때의 우즈를 좋아했던 자신의 젊음이 생각났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이 먹은 ‘우즈와 나’의 현재 모습이 오버랩되어 더욱 복잡한 심정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파머스 인슈어런스 대회의 타이거 우즈. 사진=AP뉴시스


ESPN에 칼럼을 기고하는 전 LPGA 스타 도티 페퍼(57, 미국)가 최근 칼럼에 이런 이야기를 썼다. 

페퍼가 은퇴한 테니스 스타 마이클 창(미국)에게 “언제 은퇴를 결심했나”를 물었더니 창이 “경기에 대해 생각하고 집중하는 시간보다 재활하는데 시간이 더 들어간다는 걸 깨달았을 때”라고 답했단다. 그러면서 페퍼는 “우즈 역시 미련 없이 은퇴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이나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래야 은퇴 후의 인생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했다. 

골프계의 선배가 하는 말이니 냉정하고 정확할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 선수의 세계를 잘 모르는 팬의 눈으로만 보자면, 저런 말은 마치 이제 우즈는 은퇴할 때가 됐다고 직언하는 것 같아서 너무 잔인하다. 

우즈가 대회에 나서는 시간보다 재활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우승컵을 사냥하기 위해 다시 발톱을 세우는 모습을 보는 게 팬들에게 때로는 더 의미가 있다. 왕년의 맹수가 이제는 백전백패로 얻어터지고 깨지더라도 계속 싸우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도 뭉클할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팬들에게 있어서 ‘내가 사랑하는 스포츠 스타’는 곧 나의 모습, 나의 목표와 동일시되기 때문에 특별하다. 그래서 너무나 짧게만 느껴지는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을 걷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마치 ‘그가 나와 함께 늙어가고 싸워가는’ 느낌이 든다. 힘겨워 보이는 우즈 만큼이나, 여전히 우즈를 응원하는 내가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도 백전백패에 얻어터지며 사는 느낌이니까. 그러니까 타이거 우즈씨, 성적은 어찌됐든 갑자기 은퇴한다는 말은 말아주세요. 

이은경 기자 kyo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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