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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전 위원장이 밝힌 김기춘 예산 음모의 전말

[노컷 인터뷰] "문제가 더 커질 것 같은 무게감과 압력 느껴"

2017-01-19 06:00

부산영화제이용관전집행위원장.(사진=자료사진)
부산영화제이용관전집행위원장.(사진=자료사진)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를 향한 청와대의 음모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다이빙벨' 상영을 탄압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번에는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영화제에 불이익을 줬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특검에 따르면 김기춘 전 실장은 부산영화제가 세월호 참사의 구조 실태를 비판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자,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지시를 내렸다.

문체부가 이 지시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전달했고, 결국 영진위는 그 해 예산을 부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5년 성년식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14억6천만 원에서 8억 원으로 반토막 난 지원금을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수많은 추측과 비판이 쏟아졌다. 그 중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는 주장이 가장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졌다.

예산 삭감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부산영화제를 이끌어 왔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감사 결과에 따라 횡령 혐의로 고발·해촉당하고, 부산영화제는 지금까지 내상을 치유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당시 집행위원장이었던 이용관 전 위원장은 '다이빙벨' 상영을 끝까지 고집한 죄로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는 영화계 대표 좌파 인사로 낙인 찍혀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 내내 곤욕을 치러야 했다.

다음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었던 이용관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에 개입한 정황이 드디어 구체적 증거로 드러났다. 당시 술자리에서 "문체부가 '다이빙벨'을 상영하면 내년 예산 지원이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기사도 있었는데.

- 이미 당시에 저는 어디에서 그런 지시가 내려왔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체부에서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해버리니까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MB(이명박) 정부 때는 아는 쪽을 통해 알아보기도 했고 그랬었는데 당시에는 어떤 통로가 없었다. 유일하게 하나 있어서 만나 봤지만 그냥 포기하게 되더라. 문제가 더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무게감과 압력을 느꼈다.

▶ 홀로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사실 '다이빙벨' 이후 본인에게도 사퇴나 이런 압력 등이 굉장히 거셌던 것으로 안다.

- 힘들기는 갑자기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한 MB 정부 때가 더 힘들었다. 이미 그 때는 적응이 된 상황이라…. 어쨌든 나머지 통로로 꾸준히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었다. (예산 삭감에 대해) 영진위에서 어떤 심사위원이 어떻게 이야기 했는지도 알았고, 절 표적으로 하는 것도 알았다. 개인비리로 저를 뒤질 때였고, 어차피 견뎌내야 하니까 그대로 간 거다. 아직도 놀랍기만 하다. 이 사실이 이렇게 빨리 드러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 모두가 짐작했었던대로, 결국 본인은 청와대 정치 공작의 피해자나 다름없게 됐다. 이번 김 전 비서실장 건으로 또 한 번 부산영화제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릴 것 같다.

- 돌아갈 생각이 없다. 이런 시간을 겪어 보니 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부산영화제라는 단체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틀에서 영화계의 환경을 바꿔 나가고 생태계를 재정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검과, 돌아가신 김영한 전 민정수석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제가 많은 것을 배웠다.

▶ 결국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이 사회의 뿌리깊은 적폐를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그렇다. 어떻게 보면 일제강점기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런 기회가 찾아 왔다. 말도 안되는 누명을 뒤집어 씌우고, 또 권력에 빌붙어서 누군가를 이용하고…. 그렇게 되면 도덕, 윤리, 정의는 고사하고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된다. 이런 풍토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국민 모두가 원하는 게 그거고, 저도 그걸 원하고 있다.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으면 한다. 끝까지 잘 돼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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