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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김기춘 '자백' 받아낼까

50년 전으로 대한민국 시계 되돌린 '역사의 죄인' 김기춘 파헤쳐

2017-01-13 15:27

(사진=SBS제공)
(사진=SBS제공)
14일(토) 밤 11시 5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한국 사회를 뒤흔든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의심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운다.

지난해 11월 언론에 처음 공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청와대 수석회의 내용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長'이라고 표기된, 지시의 주체는 바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 그는 박정희·박근혜 2대를 최측근에서 보필하며 누구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정치권력의 핵심 자리를 지켜 왔다.

이 비망록은 김 전 실장이 국정농단의 핵심 공범임을 입증해 줄 증거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7일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실장은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을 모를 뿐더러 심지어 비망록의 '長' 역시 모두 본인의 지시사항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지시하고 조작하고 언론까지 장악해서 진짜 시나리오 쓰고, 머리는 김기춘이다." -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 인터뷰 중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최근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를 만났다. 딸을 잃은 지 1000일이 다 돼 가던 때였다. 그는 고 김영한 전 수석 비망록을 보고, 설마 했던 일들의 퍼즐이 그제야 맞춰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8월 22일 단식 농성 40일째, 김 씨가 병원에 실려간 다음날부터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돈 때문에 딸을 파는 파렴치한이라고 그를 비난하는 여론몰이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 무렵 고향에서도 낯선 이들이 김 씨의 신상을 캐고 다녔다고 했다.

이즈음, 그러니까 2014년 8월 23일자 비망록에는 '자살방조죄, 단식은 생명 위해행위이다,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지도'라고 쓰여 있다. 김영오 씨의 고향인 정읍 사찰 내용 역시 비망록에 포함돼 있었다. 국정전반을 책임져야 할 청와대가 개인을 사찰하고 여론조작에 앞장선 것이다.

"박정희 뒤에 있는 김기춘 얼굴도 다른 걸로 바꾸고… 광주정신 특별전에서, 최고 권력에 대해 이 정도 풍자도 못하게 한다면 이 비엔날레는 없애야죠." - 홍성담 화백 인터뷰 중에서

민중화가 홍성담 화백 역시 세월호 사건과 대한민국 정부를 표현한 초대형 작품 전시가 무산되는 경험을 제작진에게 전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표현한 것이 문제가 돼 보수단체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된다. 그런데 그날이 김 전 수석 비망록에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소'가 적힌 바로 다음날이었다. 이 비망록에는 홍성담 화백의 이름이 무려 14차례나 등장한다.

◇ 역사의 법정에서는 거짓이나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청와대가 나서서 개인을 사찰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사법부를 사찰한 정황까지 드러나 있다. 이 모든 것의 이유는 하나였다. 대통령의 뜻에 반하기 때문이었다.

'회색지대는 없다 (…) 이념 대결의 장으로 이해를 해야 된다 (…) 정권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은 두려움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 김 전 수석 비망록 속 '長'의 발언 중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그렇다면 청와대 내에서 '長'의 이름으로 개인과 사법부를 사찰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전횡을 저지를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김기춘은 그 후에도 우리가 무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모른다 하고 국가안보를 위해서 많은 공이 있다고 훈장도 받았습니다. 유신시대부터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일들 낱낱이 밝혀져야 합니다." - 강종건(학원침투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씨 인터뷰 중에서

"역사의 법정에서 모릅니다, 기억이 없습니다, 하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 강종헌(학원침투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씨 인터뷰 중에서

여론을 조작해 진실을 감추는 지금의 이 상황과 닮아 있는 사건이 있다. 제작진은 스물네 살에 사형수가 돼 13년을 감옥에서 보낸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강종헌 씨를 일본 교토에서 만날 수 있었다.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국가 안보를 핑계 삼아 무고한 청년들을 간첩으로 만든 이 사건의 책임자는 당시 대공수사국장이던 김기춘이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을 감옥에서 보냈던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들은 최근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가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책임자로부터는 여전히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강종헌 씨는 이에 대해 지나간 날이 억울하다곤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진실을 밝힐 것을 당부했다. 거짓이나 변명이 통하지 않는 역사의 법정에 세울 것을 말이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김기춘 전 실장이 공직 생활 50년 동안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파헤치고, 스스로 부인하는 진실에 대해 다시 묻는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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