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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골수팬’ 황중곤, 그린 위의 스트라이커를 꿈꾸다

2016-12-23 10:59

수원의FA컵우승직후환하게웃는황중곤.상암=임정우기자
수원의FA컵우승직후환하게웃는황중곤.상암=임정우기자
[마니아리포트 임정우 기자] 골프 선수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골프와 축구를 볼 때 공을 이용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연관이 없다. 굳이 비슷한 것을 찾자면 잔디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골프 선수 중 축구를 사랑하는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황중곤(24, 혼마)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4승을 거둔 황중곤이 필드를 벗어나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곳이 축구장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골프 선수들이 꽤 많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비롯해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이시카와 료(일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로리 맥길로이는 축구를 하다가 발목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접은 적이 있을 정도로 소문난 축구광이다. 황중곤과 함께 JGTO(일본골프투어)를 뛰고 있는 이시카와 료도 시즌 중 축구를 종종 즐긴다고 한다.

골프 선수들과 축구를 하다보면 재미있는 표현을 많이 쓴다. 감아차기를 보고 '드로우가 제대로 걸렸다'고 한다. 반대로 아웃사이드로 찼을 때는 '페이드'라고 한다. 그 외에도 공을 제대로 못 차고 뒤를 찼을 때는 '뒤땅'이라고 말한다. 황중곤도 다른 골프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축구를 할 때 이런 용어들을 사용한다.

황중곤도 비시즌에 축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즌 중에는 부상 방지차원에서 축구를 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K리그 팀인 수원 삼성 블루윙즈 경기를 대부분 챙겨본다. 대회가 없을 때에는 경기장에 직접 가서 응원하기도 한다. 그는 ‘무늬만 팬’이 아니라 1996년부터 수원 삼성을 응원해 온 ‘골수 팬’이다.

황중곤은 95년 12월 수원 삼성 창단과 함께 팬 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부모님, 형과 함께 수원 삼성을 응원했다. 골프를 시작한 이후에도 팀에 대한 애정은 멈추지 않았다. 골프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가 수원 삼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황중곤이 가지고 있는 수원 삼성에 대한 애정은 매우 크다.

황중곤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정말 소중하다. 팀 창단과 함께 팬 생활을 시작했다‘면서 ”일본에서 시합을 치르다보면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때마다 힘이 되는 게 수원 삼성의 경기를 보는 것이다. 팀이 승리할 때는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활짝 웃었다.

황중곤은 올 시즌 수원 삼성의 FA컵 우승 현장에도 함께 자리했다. 황중곤은 12월 5일 JGTO 시상식에 참여를 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12월 3일 열린 FA컵 결승 2차전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황중곤의 간절함 마음이 전해졌는지 수원 삼성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황중곤은 “수원 삼성이 우승을 차지해서 정말 기쁘다. 얼마 만에 우승인지 너무 행복하다. 수원 삼성의 우승 기운을 이어받아 나도 내년에는 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2016년은 황중곤에게 아쉬움이 남는 한해였다.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시즌 중반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중곤은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다. 어느 시즌보다 감이 좋았는데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하지만 자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됐다. 또한 부족한 부분을 확실히 알게 됐다. 2016년을 자양분으로 삼아 2017년에는 보다 성장한 황중곤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황중곤은 휴식과 연습을 병행하면서 2017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황중곤은 SMBC 싱가포르 오픈을 시작으로 2017년을 시작한다. SMBC 싱가포르 오픈과 레오팔래스21 미얀마 오픈을 치른 뒤에는 본격적으로 2017년 준비에 들어간다. 황중곤은 “싱가포르와 미얀마에서 2017 시즌을 시작한다. 두 대회를 치른 뒤에는 따듯한 나라에서 샷과 숏게임을 가다듬을 생각이다”며 “2017년 목표를 상금랭킹 5위와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쉽지 않겠지만 목표를 꼭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푸르른 잔디가 골프와 축구에 주는 감성은 각각 다르다. 황중곤은 이 모든 것을 사랑한 그라운드의 골퍼이자, 그린 위의 스트라이커다. 2017년 필드 위에서 페이드로 친 황중곤의 공이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해 보아도 좋을 듯 하다.

임정우 기자 lim@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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