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마니아썰] 여자 골프에 ‘큰 장’ 선다더니...

2016-12-14 11:05

박성현,전인지,박인비.마니아리포트자료사진.
박성현,전인지,박인비.마니아리포트자료사진.
시계를 뒤로 돌려서 지난 가을로 가 보자.
당시 여자골프의 화두는 ‘대어가 넘치는 역대급 FA 시장’이었다. 스타들이 줄줄이 후원사와 계약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스타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시즌이 끝나면 역대 최고 금액의 후원계약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지난 10월 20일 연합뉴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여자골프 '큰 장' 선다…박성현·전인지·고진영 계약 만료>라는 제목이었다.
내용은 스타가 많은 여자골프계에 올해 유독 ‘대형 FA’들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온다는 것이다. 박성현과 전인지를 비롯해 박인비도 후원사와 계약이 끝나고, 고진영과 장하나 등 ‘준척급’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이번에 박세리의 기록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박세리는 역대 최고 기록보유자다. 2002년 CJ와 5년간 150억원(인센티브 포함)의 계약을 했다. 이번에 나오는 스타급 선수들의 후원 계약 총액을 따지면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이며, 프로야구 뺨 치는 돈 잔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10월26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날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 단독입수’ 기사를 터뜨렸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다.

골프계의 ‘큰손’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과 금융 회사들이 줄줄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승마 대표였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둘러싸고 각종 체육계의 비리와 인사 전횡도 줄줄이 엮여서 세상에 밝혀졌다. 순식간에 체육계에 찬물이 뿌려졌다. 무엇보다도 여자골프에 지갑을 열던 대기업과 금융계가 갑자기 투자에 몸을 한껏 사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12월 중순인 현재까지도 위에서 거론한 스타 중 어느 누구도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12월 8일자 문화일보 기사 제목을 보면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극명하게 보인다. 기사 제목은 <’최순실 유탄’에…잘 나가던 여자 골프 ‘휘청’>이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최고 스타인 박성현은 올해까지 주방가구 넵스의 후원을 받았다. 박성현이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진출을 선언했고, 성적과 인기 모든 면에서 여자 골프 최고 수준임을 감안할 때 내년부터는 대기업 혹은 금융권 회사의 후원을 받지 않을까 예측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후원 계약 체결 소식은 없다.

또 다른 최고 스타 전인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까지 하이트진로의 후원을 받았던 전인지는 후원사를 바꿀 가능성이 반반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기존 스폰서사와 계속 갈 지, 혹은 바꿀 지 여부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골든 슬램’의 주인공인 박인비도 아직까지 후원 계약 소식이 없다.

여자골프가 프로야구처럼 FA 관련 규정이 있는 게 아니라서 ‘원소속구단 협상기간’이나 ‘FA 협상기간’이 정해진 게 아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후원 계약은 시즌을 마친 후 12월이 다 가기 전에 마무리됐다. 올해처럼 12월 중순까지 ‘대어’들의 행선지가 오리무중인 경우는 예외에 속한다.

골프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역대 최고액 신기록’은 사실상 나오기 힘들 거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스타들이나 매니지먼트사들이 큰 금액의 계약을 고집할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쓴 소리도 들린다.

문제는 선수 후원계약 뿐이 아니다. 당장 내년 KLPGA투어, 또 안 그래도 힘든 KPGA투어까지 대회를 후원하는 스폰서들이 입장을 바꿀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최순실 폭탄’이 평화롭고 잘 나가기만 했던 골프판에 갑자기 뚝 떨어진 건 아니다. 올해 들어 조선업이 무너지고 금융권에는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등 경제 위축의 신호는 얼마든지 있었다.
다만 그 안에서 여자 골프계는 ‘최고 전성기’라는 자기 만족에 취해 있다가 강력한 악재 한 방에 휘청,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골프계에서 도는 분위기와 이야기만으로 설레발에 동참했던 기자들(나를 포함해서)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여자 골프 큰 장 사태’를 보며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지금까지 한국 골프는 무엇을 밟고 서 있었던 걸까.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세계랭킹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고 해서 과연 한국 골프가 단단한 반석 위에 서 있는 것일까.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