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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썰] 전인지의 영어, 또 하나의 트로피
지난 9월 에비앙챔피언십 우승 직후 귀국한 전인지. 마니아리포트 자료사진.

전인지(22, 하이트진로)가 2016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일을 냈다. 신인상과 최저타수상(베어 트로피)을 석권했다. 갓 데뷔한 새내기가 베어 트로피까지 가져간 건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인지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영어’다. 올 시즌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았고, 시즌 막판에는 상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전인지는 현지 인터뷰를 매우 자주 했다.
전인지는 인터뷰를 모두 통역 없이 직접 영어로 소화했다. 완벽한 영어는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전인지가 미디어 인터뷰를 영어로 한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뜻이며 현지 관계자와 팬들에게 친근감을 준다는 뜻이다. 

전인지의 영어 인터뷰를 한 번 직접 들여다 보자. 지난 20일(현지시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을 마친 직후 인터뷰다. 

LPGA투어 공식 페이스북이 인터뷰를 라이브로 방송했는데, 이때 전인지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잡아내며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제치고 베어 트로피 수상을 확정했다. 마지막까지도 주인을 몰랐던 베어 트로피의 향방이 결정된 직후, 모두가 다소 흥분한 상황이다. 

사회자의 첫 질문은 이랬다. 

“You kind of raised your hand up in celebration. Did you know at that point that you had won the Vare Trophy?” 
(마지막 순간 손을 번쩍 들던데. 그 순간(18번 홀에서 버디를 잡는 순간) 베어 트로피 수상자가됐다는 걸 알았나?) 

전인지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자신있게 말했다. 

“Yeah, I know before…, so on the green. So it was pressure for me, but I'm just try enjoy my last putt on the green.” 
(네, 전에 알고 있었다(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베어 트로피를 받을 수 있다는 걸). 그래서 그런거다(손을 번쩍 든 거다). 압박감이 있었는데, 그래도 마지막 퍼트는 즐기려고 했다.) 

인천공항에서 인터뷰하는 전인지. 마니아리포트 자료사진.


인터뷰 도중에는 사회자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대답도 몇 차례 나왔다.
이를테면 사회자가 “어떤 선수들은 최저타수상이라는 게 한 시즌 내내 꾸준하게 잘 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가장 의미 있고 영광스러운 상이라고 말한다. 전인지 선수에게는 이번 수상이 어떤 의미인가(What does it mean to you, winning this honor?)”라고 물었는데, 전인지는 “전설적인 선수들과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큰 영광이다. 오늘 리디아 고, 양희영 선수와 동반 플레이했는데, 다들 훌륭한 선수들이다”라고 답을 했다. 

취재진에게서 나온 첫 질문. 한 미국 기자가 “낸시 로페즈 이후 신인상과 베어 트로피를 석권한 첫 선수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 낸시 로페즈가 이룩한 것들 같은 LPGA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나 전인지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내가 이뤄 내기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정말 영광이다(Just amazing. I know it was big challenging for me. I have big honor, yeah)”라고 대답했다. 

전인지의 영어 실력을 트집잡자고 쓴 건 아니니 오해는 금물. 올해 LPGA투어에 데뷔한 전인지에게 영어가 편하고 쉬울 리가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전인지는 일찌감치 신인상 수상을 확정하면서 대회 직전 열린 시상식에서 ‘신인상 스피치’를 했다. 여기에 대해 전인지는 “미리 준비를 많이 했다. 위닝 퍼트를 할 때보다 스피치할 때가 더 떨렸다”고 했다.
사회자가 “미리 연습을 했나? 얼마나 했나”라고 묻자 전인지가 “백 번 정도 했다”고 웃으면서 말 한다. 이 부분에서 기자들이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전인지가 말 하는 그 순간, 통역을 거치지 않고 미디어센터에 있는 사람들이 다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게 바로 전인지가 LPGA투어에 얼마나 빨리 적응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전인지는 22일 귀국 인터뷰에서 자신이 LPGA 데뷔 첫해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유를 스스로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전인지는 “LPGA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나를 늘 환영해줬고, 주변에서 축하와 응원을 많이 해 줬다. 그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전인지가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엄청난 인파의 갤러리에게 응원을 받고 있다. 마니아리포트 자료사진.


전인지가 LPGA투어에서 늘 환영 받았던 이유는 자명하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지만 늘 통역 없이 영어로 직접 말하려고 애썼고, LPGA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이 모습이 LPGA투어 사람들, 그리고 미국 팬들에게 어떤 감동을 줬을 것이다. 

전인지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영어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면, LPGA투어 대회에서 샷을 하나하나 할 때처럼 나까지 긴장되고 또 응원하게 된다. 골프와 관련된 부분에서 LPGA투어에 적응하는 것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버겁고 힘들었을 게 분명한데, 여기에 전인지는 플레이를 모두 마친 직후에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 채 영어 인터뷰를 소화했다. 

비단 전인지 뿐만이 아니라 LPGA투어에서 영어로 인터뷰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또 다른 재미다. LPGA투어 리포터를 쳐다보며 당당하게 말 하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어떤 에너지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골프를 치고, 역시 치열하게 영어까지 해내고 있는 선수들의 그 치열한 에너지가 어쩌면 LPGA투어 대회를 지켜보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다. 이쯤 되면 정말이지 LPGA투어가 영어 하느라 노력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별도로 상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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