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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썰] 'KLPGA 대상 < 미국 현지 적응' 박성현의 공식이 아쉬운 이유
박성현이 올해 3월 LPGA투어 JTBC파운더스컵 연습 라운드에서 휴대폰으로 자신의 스윙을 확인하고 있다. 마니아리포트 자료사진.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최고의 스타를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박성현(23, 넵스)이다. 
7승으로 다승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고, 상금 13억3309만667원으로 역대 한 시즌 최고액 신기록을 썼다. 

이제 한국 무대가 좁아진 박성현은 예상 대로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그런데 그 시기와 절차는 좀 어리둥절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와 또 다른 이벤트 대회에 모두 불참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히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선수 본인이 원해서 갔고, 딱히 명문화된 규정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어리둥절하고 찜찜한 기분이 남았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이거다. 투어 최고의 선수가 투어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대상포인트 1위 탈환 기회를 스스로 버렸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대상포인트 1위 도전과 미국 진출 준비 중 후자를 선택했다. 그것도 갑작스럽게. 

박성현은 대상포인트 부문에서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올 시즌 꽤 오랜 기간 박성현이 대상포인트 1위를 지켰는데, 지난달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고진영(21, 넵스)이 한 달 전부터 치고 올라왔다. 박성현은 근소한 차로 2위로 밀렸다. 

11월6일 끝난 팬텀클래식 with YTN에서 박성현에게 절호의 역전 기회가 있었다. 고진영이 몸살감기로 기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성현이 톱10 진입에 실패하면서 역전은 무산됐고, 결국 박성현은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 시즌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게임은 싱겁게 끝났다. 

박성현이 대상포인트 역전 가능성을 남겨둔 채 굳이 서둘러서 스스로 시즌을 마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7일 공식기자간담회에서 박성현의 매니지먼트사 세마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내년 LPGA투어 개막전을 기준으로 현지에 적응하고, 훈련할 기간을 역으로 계산해 보니 늦어도 11월 중순에는 미국으로 떠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이 지난 13일 끝났고, 박성현은 그 며칠 뒤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매니지먼트사는 박성현이 대회에 불참한 그 기간 동안 한국에서 뭘 준비하고 정리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영어 공부를 빨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 “미리 약속된 스케줄까지만 소화하고 미국으로 간다”는 정도였다. 

박성현이라고 해서 대상포인트가 아쉽지 않았을까. 아마도 선수 본인이 가장 욕심 나고 간절했을 것이다. 스스로도 “욕심 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성현이 선택한 건 포기였다.
스포츠를 즐겨 보는 ‘구경꾼’들은 그렇다. 경기장에서 싸우는 선수가 이를 악물고 죽도록 달려드는 에너지를 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나의 미래, 나의 계획을 위해 올해는 이만 여기에서 포기한다’며 우아하게 타월을 집어 던진 선수를 보며 실망감, 혹은 배신감까지 느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박성현이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마지막으로 참가한 팬텀클래식 with YTN 시상식에 나선 모습. 박성현은 애견을 미국에 데려갈 것이냐는 질문에 "같이 가고 싶은데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마니아리포트 자료사진


박성현은 올해 남은 이벤트 대회에도 모두 불참하기로 했다. 19일 시작하는 LF포인트 왕중왕전, 25일 시작하는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12월 2일 시작하는 4개 투어 대항전 더 퀸즈가 그 대상이다. 
3개 대회에서 박성현은 흥행을 쥐락펴락 할 만한 최고 스타급이다. 더 퀸즈의 경우 박성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전해서 영광이다. 지난해 아쉽게 일본에 우승을 넘겨줘서 올해는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공식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박성현이 시즌 다 끝나가는데 갑자기 시즌을 접겠다고 선언한 건,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마치고 미국 진출을 공식 발표하면서다. 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골프계에서는 박성현이 서둘러 시즌을 마치고 이벤트 대회에 모두 불참하는 건 매니지먼트사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하고 있다. 

박성현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공식기자간담회에서 거듭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박성현이 떠나는 뒷모습에서 남은 한 가지 아쉬움은 있다. 자신이 뛰었던, 그리고 자신을 최고로 만들어줬던 KLPGA투어라는 곳에 대해 공식적으로 존경심과 존중심을 표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박성현과의 갑작스런 이별 뒤에 남은 쓸쓸함은, 현재 KLPGA투어의 위상에 관한 부분이다. KLPGA투어는 선수들의 실력이나, 대회 수나, 상금 규모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LPGA투어 최고의 선수가, 한국 투어에 대한 존중보다도 미국 무대에 대한 꿈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냐는 암묵적인 동의를 강요한 모양새다. 박성현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수많은 유망주들은 그게 맞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KLPGA투어가 얼마나 강한 무대인지, 그곳에서 최고의 자리에 섰다는 게 얼마나 영광이었는지 박성현이 공식적으로 한 마디만 더 해줬다면 참 멋있어 보였을 텐데. 아마 매니지먼트사는 거기까진 충고해주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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