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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썰] '포스트 박성현'이 있나…KLPGA에서 K리그를 떠올린 이유

2016-10-19 11:09

KEB하나은행챔피언십2라운드에서동반플레이한전인지(왼쪽)와박성현.사진=KLPGA
KEB하나은행챔피언십2라운드에서동반플레이한전인지(왼쪽)와박성현.사진=KLPGA
장면 #1.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L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고 가장 팬들이 많이 오시는 대회예요.” (리디아 고)
“샷 하나하나에 환호를 보내주시니 짜릿하고 재미있죠.” (박성현)

지난주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현장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마지막 4라운드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와중에도 2만9000여 명의 갤러리가 몰렸다. 거의 대부분이 유료 관객이었다.

장면 #2.


“전인지 프로를 모시려고 읍소까지 했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더라고요.”
“이번에 확 뜬 앨리슨 리요? 섭외만 되면 좋죠. 그런데 미리 말을 해놨어야지 이제 와선 어렵더라구요. 후반기에 이렇게 잘 할 줄 누가 알았나요.” (KLPGA투어 대회 모 스폰서 관계자)

대회에서 결정적인 흥행 열쇠가 될 스타들은 누굴까. 실무자들의 이야기 속에는 주로 LPGA투어의 스타들이 등장한다. 그 와중에 나온 또 다른 사람의 한 마디도 소개한다. “뭐, 그래도 박성현이 있으면 됐지.”

이런 장면도 머릿속에 스친다. 지난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2라운드 때다. 박성현이 최악의 성적을 내다가 중도 기권하자 SBS골프 중계팀 관계자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의앨리슨리.뒤로엄청난인파의갤러리가보인다.사진=박태성기자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의앨리슨리.뒤로엄청난인파의갤러리가보인다.사진=박태성기자


‘한국 여자골프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명제 자체는 크게 틀린 부분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 여자골프’가 정확히 KLPGA투어를 가리키는 것인가 하는 부분에는 의문이 남는다. ‘한국 국적의 여자 골프 스타들이 역대 가장 많이 배출돼 국내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로 고치는 편이 더 적절하겠다.

지난주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흥행 대박을 지켜보면서 다소 엉뚱하게도, 과거 다른 종목의 어떤 화려한 이벤트가 연상됐다.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방한 경기다. ‘박지성과 친구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표를 구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해외에서 뛰는 한국 스타의 파워가 국내 리그 전체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묘한 느낌이 오버랩됐다.

한국에서 뜬 스타들이 대거 해외로 나간다는 점에서 K리그와 KLPGA는 비슷한 점이 있다. 이 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키워낸 대형 선수 자원이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K리그는 스타들이 떠난 후 속 시원한 대안을 만들지 못했다. 인기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KLPGA는 다르다. 박세리, 강수연, 안시현에 이어 신지애, 김효주, 전인지, 박성현… 마치 화수분처럼 한국 투어에 스타들이 나왔다.

박성현이인터뷰도중질문을받으며위쪽을바라보고있다.사진=박태성기자
박성현이인터뷰도중질문을받으며위쪽을바라보고있다.사진=박태성기자

하지만 올해는 이런 질문이 시즌 내내 투어를 떠돌았다. KLPGA에는 ‘포스트 박성현’이 있는가?

많은 이들이 박성현은 내년에 미국 무대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내년 투어 대회 스폰서 관계자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KLPGA투어가 지금까지 두터운 선수층을 확보하고 탄탄한 하부리그를 운영하는 등 비교적 짜임새 있는 운영을 해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31개나 되는 대회를 유치한 것도 그런 저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테다.

그러나 지금까지 스타가 쉼 없이 쏟아져 나온 건, 온전히 시스템의 힘이라기 보다는 행운의 힘(그리고 스타가 되고자 혼신의 노력을 쏟아 부었던 주니어 선수와 학부모들의 힘)이 더 커 보인다.

그동안 KLPGA투어는 소수의 스타 파워에 기대어 그들의 체력과 서비스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스폰서사를 만족시켰던 건 아니었을까.

또한 중계권료 등의 수익은 어떤 식으로 투어에 기여한 이들에게 배분되고 있나.

스타가 해외로 나가는 걸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데, 그렇다면 팬들에게 그 외 어떤 재미를 줄 수 있는가.

KLPGA투어는 이런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됐다. 아니, 어쩌면 조금 늦었을 지도 모른다.

이은경 기자 kyo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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