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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썰] 굿바이, 요술공주 세리

2016-10-13 08:41

1998년US여자오픈에서나온박세리의'맨발샷'.오늘의박세리를있게해준장면이다.사진=골프매거진
1998년US여자오픈에서나온박세리의'맨발샷'.오늘의박세리를있게해준장면이다.사진=골프매거진
박세리가 떠난다. 바로 오늘이다. 박세리가 20년 투어프로 생활을 마감한다. 미 LPGA투어 메이저대회 5승 포함 통산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KEB하나은행LPGA 챔피언십 1라운드 후 공식 은퇴식을 치른다.

박세리는 한국 골프계에 빛나는 별이었다. 1998년 미LPGA투어 US여자오픈 때 워터해저드에 맨발로 들어가 샷을 하던 모습은 한국 스포츠 명장면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햇빛에 그을린 다리와 대비된 하얀 발에 TV 앞을 지키고 있던 많은 이들은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흘렸을 땀과 고난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박세리는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때 그 샷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것 중 최고의 샷이었다. 그 샷 덕분에 지금의 박세리가 있을 수 있었다."

이후 박세리는 미LPGA투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박세리의 성공과 함께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등도 미LPGA투어에 뛰어들었다. 김미현은 은퇴 후 "(박)세리가 미국 무대에 진출한 게 자극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골프는 몰라도 '박세리'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세리는 골프라는 종목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였다. 90년대 후반 IMF위기 속 시련에 빠진 이들에게 용기를 줬고 한국골프가 세계 최고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녀가 있었기에 박인비, 최나연 등 '세리키즈' 세대가 미LPGA투어를 주름잡을 수 있었다.

꿈을 이룬 박세리, 커리어 그랜드슬램 '아쉬워'

박세리는 골프선수로 꿈꿔온 것을 대부분 이뤘다. 미국 무대에서 통산 25승을 거뒀고 아시아 최초 미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선수로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감독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올림픽 무대 정상에 섰다. 박세리는 "운이 좋아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 동안 많은 것을 얻었고 배울 수 있어 행복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역시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박세리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이루지 못했다. 물론 ‘아직’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만큼 박세리는 언제든 본인이 원하면 미L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은퇴했다고 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건 아니다. 박세리에겐 미안할 수 있지만 은퇴 후라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그녀를 사랑했던 팬이라면 누구나 가질 만한 욕심이다. 박인비가 지난 해 박세리도 이루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뤄냈다. 올해에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골든 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래도 왠지 느낌이 다르다. 박세리가 수집하지 못한 ANA인스퍼레이션(전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컵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지난3월미국애리조나주피닉스에서열린LPGA투어JTBC파운더스컵직후박세리가기자회견을열고은퇴를선언하면서눈물을보이고있다.사진=박태성기자
지난3월미국애리조나주피닉스에서열린LPGA투어JTBC파운더스컵직후박세리가기자회견을열고은퇴를선언하면서눈물을보이고있다.사진=박태성기자

인생 2막, 지도자 박세리

골프선수 박세리의 다음 꿈은 지도자 박세리다. 이미 지도자로도 성공을 맛 봤다. 112년 만에 치러진 올림픽 골프에서 지도자로 나서 금메달을 일궈냈다. 박세리는 은퇴 후 아카데미를 설립, 후배를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금메달 감독이니 지도자 커리어도 이미 세계 정상급이다.

근데 은퇴 후에도 박세리는 골프를 떠나지 못했다. 40년 삶에서 30년을 함께 한 골프가 지겹울 법도 한데 또 다시 골프다. 박세리는 "골프는 꿈이었다. 그리고 골프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한 술 더 떠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 미PGA 무대에서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리가 떠난다. 필자가 골프를 모르던 시절인 20년 전, 아버지가 TV 속 한 선수를 가리키며 이런 말을 했었다. "저 선수가 너랑 동갑이다. 지금 세계 정상에 올랐다.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사실 당시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괜히 비교당하는 기분이었다. 갓 휴가를 나온 군인이었던 난 TV 속 선수가 누군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후 기자가 된 뒤 알게 됐다. 아버지가 휴가 나온 아들보다 더 대견해 하던 그 사람은 박세리였다.

이제 박세리가 프로무대를 누비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은퇴식이 열리는 대회가 각별하게 느껴진다. 골프팬이라면 누구나 그럴 테다. '선수'박세리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굿바이 세리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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