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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마니아썰]KLPGA, 경기위원장 못 뽑나 안 뽑나

2016-04-22 14:37

▲KLPGA투어경기위원장공석사태가장기화될조짐이다.사진은지난롯데마트여자오픈당시짙은안개로인해선수들에게경기중단을알리고있는경기위원장모습.기사와사진속특정인물과연관관계는없음.
▲KLPGA투어경기위원장공석사태가장기화될조짐이다.사진은지난롯데마트여자오픈당시짙은안개로인해선수들에게경기중단을알리고있는경기위원장모습.기사와사진속특정인물과연관관계는없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경기위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KLPGA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현 시점에서는 마땅한 경기위원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차에 걸친 공개 채용 모집 결과다.

KLPGA의 한 관계자는 “경기위원장은 정말 중요한 자리인데 아무나 모실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들의 표현처럼 ‘정말 그렇게 중요한 자리’라면 왜 진즉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KLPGA가 현재 마땅한 경기위원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나름 세 가지 가정을 했다. 먼저 KLPGA의 주장대로 실력 있는 경기위원이 정말 없는 경우다. 둘째는 실력 있는 경기위원들은 많이 있지만 그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KLPGA에는 몸을 담기 싫어 지원을 안 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셋째는 특정인을 경기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일부러 공석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음모론이다.

첫 번째로 꼽은 실력 있는 룰 전문가의 부재가 사실이라면 이건 참 낯부끄러운 일이다. 선수들의 실력, 특히 여자골프는 이제 세계 최정상을 자랑한다. 그런 국가에서 한 경기 단체의 경기위원장을 맡을 사람이 하나 없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국내 골프 룰을 관장하고, 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대한골프협회(KGA)가 지금까지 한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에서 KGA 룰 테스트를 통과한 자격자는 현재 100여 명이 된다. 국내 KGA의 룰 테스트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 테스트 중 어느 쪽이 더 통과하기 힘든지는 몰라도 R&A 시험을 통과한 사람도 국내에 6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단순히 룰 전문가라고 해서 경기위원장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둘째 경우도 이상하다. 룰 전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기위원장 자리에 욕심을 낼 만하다고 본다. KLPGA 투어 경기위원장은 연봉도 1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실력 있는 룰 전문가들이 KLPGA 투어 경기위원장 공모에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가 뭔가 매력이 없거나 불편하다는 뜻이다. 경기위원장을 둘러싼 잡음이 가끔 들리는 걸 보면 이 역시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셋째는 고도의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시나리오다. 경기위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상황이 무르익으면 이런 식으로 몰고 가는 거다. “채용 공고를 냈는데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 봐라, 이 사람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여기서 하나 더 짚고 넘어가자. 경기위원장이 그렇게 중요한 자리일까. KLPGA의 답변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렇다”이다. KLPGA는 현재 임시방편으로 경기위원회를 팀장제로 운영하고 있다. 4명의 팀장 아래 경기위원들이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대회 운영은 삐걱거리고 있다. 4명이 있다는 건 ‘책임 소재의 불분명’이다.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 때 누군가 선뜻 책임지겠다고 나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주 삼천리 투게더 오픈을 보자. 연장 첫 홀에서 김지영이 박성현의 볼 마크를 집어 올리자 그 순간 모든 대회 관계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갤러리나 TV로 시청하던 팬들도 골프 규칙에 위반되는 것 아니냐며 의아해 했다.

하지만 KLPGA 경기위원회는 현장에서 즉시 골프 룰 어떤 조항에 의해서 어떤 판정을 내렸는지 속 시원하게 설명을 하지 못했다. 안 한 건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경기가 끝난 지 한참 후에야 관련 규칙에 대해 설명했다. 그것도 자발적인 건 아니었다.

이와 대비되는 사건이 지난해 국내에서 있었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때다. 당시 필 미컬슨은 둘째 날 7번 홀에서 동일 제조사의 동일 모델의 볼로 라운드를 마쳐야 한다는 ‘원 볼’(one ball) 규정을 위반했다. 경기위원회는 미컬슨에게 해당 홀 실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잠시 뒤 경기위원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열어 “룰 적용에 실수가 있었다”며 관련 조항과 함께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미컬슨도 나중에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수긍했다.

KLPGA는 지금 당장 마땅한 경기위원장이 없다면 경기위원 중 한 명을 임시방편으로 경기위원장 대리로 앉히는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고 본다. 경기위원장은 대회를 치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경기위원장은 단순히 룰을 많이 안다고 해서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룰에 관한 지식은 최소한의 요건이고,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십도 갖춰야 하며, 현장에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또한 날씨 등의 문제로 인해 대회를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을 때는 과감한 결단력도 필요하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도 갖춰야 한다.

KLPGA가 경기위원장을 못 뽑는 건지, 안 뽑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공석 사태를 보며 든 생각이다.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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