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위기론 대두' 고교야구, 어디서부터 손질하나?

'수정 주말리그' 시행으로 '기본 완성된 선수' 육성 시급!

2013-09-15 22:44

▲우승이후관중석에큰절을올리는선수들.이들중리그를지배하는선수가나오기위해서는수정주말리그시행이선행되어야한다.사진│김현희기자
▲우승이후관중석에큰절을올리는선수들.이들중리그를지배하는선수가나오기위해서는수정주말리그시행이선행되어야한다.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8일, 타이완 타이중에서 열린 ‘2013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5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세삼 ‘국제대회 소화’의 어려움과 동시에 ‘괴물선수’의 등장이 어렵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대표팀의 가장 최근 우승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마운드에는 성영훈(두산)을 필두로 정성철(NC), 박민규(삼성)등이 버티고 있었다. 마운드의 높이도 높이였지만, 오지환(LG)-김상수(삼성)-안치홍(KIA) 등 당시 ‘고교 유격수 3인방’으로 불렸던 이들이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당시 우승은 어려웠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우승 멤버들은 대부분 프로 지명을 받아 1, 2군에서 ‘내일의 스타’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당시를 마지막으로 청소년 국가대표팀의 ‘세계 대회 우승 기록’은 중단된 상태다. 이듬해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 대회에서 문성현(넥센)의 활약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 ‘가장 마지막 국제대회 우승’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일본과 타이완, 두 국가에 비해 대표팀은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계 안팎에서 ‘아마야구 위기론’이 대두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위기’가 거론된 고교야구, 어디서부터 손 봐야 할까?

특히, 일부에서는 “지금과 같은 구조 속에서는 이승엽/이종범과 같은 대형 타자들이 나오지 못할 것이다.”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기본이 없는 상황 속에서 잔기술에 익숙한 어린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사실 맞는 말이다. ‘계약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도자들이 ‘야구의 정석’을 가르치는 것보다 ‘이기기 위한 야구’, 즉 성적 지상주의에 따른 지도 방침을 내세운다면 ‘모래성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은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장타가 실종되고, 1루에 빨리 살아나가기 위한 ‘우투좌타’가 많이 생겨난 것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지도자들의 지도 방침을 탓할 수 없다. 어찌되었건 간에 이들도 ‘내일’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주말리그 시행’이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더욱’이다. 사실 주말리그 시행 이전에도 ‘잔기술’을 가르치는 데 서둘렀던 지도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주말리그 시행으로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학교의 숫자가 제한되고, 그렇게 본선을 통과한 이후에도 실전에 투입되는 선수들의 숫자 역시 극히 제한되면서 문제가 생겨났다. 한 경기라도 더 이겨야 황금사자기/청룡기와 같은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이기고 보자!’라는 풍토가 형성됐고, 이는 곧 ‘경기 내용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 셈이다. 압도적인 에이스 투수하나만 내세워도 웬만한 지역 리그전에서 3위권 내에 들 수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주말리그 폐지’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정부 지원을 받는 주말리그가 폐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말리그 시행 이전’ 방식과 현 체제의 방식을 적절히 섞는, ‘수정 주말리그 시행’이 필요한 셈이다. 즉, 주중에도 경기를 시행하되, 이를 ‘현장 학습’으로 인정하여 등교와 똑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선수들에게 야구장은 학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셈이다. 그럴 경우, 전/후반기 주말리그 시행이 단축될 수 있고, 단축된 시간만큼 전 학교가 참가하는 전국 규모의 대회를 두 개 정도 시행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의사 결정도 사실 KBO와 KBA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나와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알루미늄 배트’로의 회귀는 사실상 실현이 어려울 전망이다. 일단 프로 스카우트 팀에서 한결같이 ‘나무배트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과 나무소재 배트 사용과정을 모두 지켜봤던 이들은 “둘의 장단점은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프로에서의) 적응이라는 측면, 좋은 타자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은 나무 배트의 사용이다.”라며 현 체제가 지속되어야 함을 역설한 바 있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다만, 여러 대안 중에서 ‘내일의 프로야구 스타’들에게 가장 최적의 선택이 무엇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것 역시 기존 ‘어른’들의 몫인 셈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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